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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장례식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1월
평점 :

사랑하는 가족, 친구, 반려동물 등과의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마음은 진한 아쉬움으로
내내 후회를 남기곤 한다.
남아있는 이들의 마음도 이러하니,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떠난 이들의 마음은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사람들은 죽는 순간, 딱 한 가지만 기억한다"는데,
나의 마음속에 남게 될 딱 한 가지는 무엇일까?
또 떠난 이들이 전하지 못한
마음속에 남은 한 가지는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해 보게 된다.
어렸을 때는 삶과 죽음의 경계 그 너머의 관계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만이 있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맞이할 일이 운 좋게 없었을뿐더러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가까운 이의 죽음도
미처 겹칠 수 있는 마음의 공감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의식적인 위로만을 전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를 들고, 어제까지 함께했던
소중한 이와의 이별을 직접 겪고 나니
함께한 시간과 추억의 깊이만큼이나
후회와 아쉬움, 아픔이
더욱 짙게 찾아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하고 싶었지만 전하지 못했던 한마디 말은
두고두고 비수처럼 날카롭게
나를 찔렀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렇게 아쉬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세상은 떠난 사람들이 병원 매점을 찾아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한 가지를
아르바이트생에게 요청을 한다.
그림자 없는 손님들을 볼 수 있는 어린 아르바이트생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전하며
그들의 마지막을 배웅해 주는데,
후회로 점철될 수 있는 누군가의 오늘을 바꾸는
작은 기적을 만드는 주문!
〈나의 완벽한 장례식〉이다.
귀신, 죽은 이후에도 떠나지 못하고
세상에 머무르는 이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갓 스무 살이 된 소녀 나희.
좋은 기회에 업무 부담이 적은
병원 매점에서 일하던 나희는
일주일 만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것을 고민하게 된다.
이유는 다름 아닌 야간 근무를 할 때마다 등장하는
미스터리한 존재의 손님들 때문!
계절에 맞지 않는 패딩을 입고,
매점에서는 팔지 않는
붕대와 소독용 알코올을 찾는 20대 남자와
몸에 온갖 관을 연결하고는 핏발 선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응시하는 할머니!
일주일째 반복되는 만남 앞에서
그간 느끼지 못했던 두려운 감정을 마주하고는
고민 끝에 털어놓은 사연 앞에
매점 주인은 오래전 일했던 아르바이트 생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면서 그녀에게 연락을 해
물어보겠다며 업무를 변경해 준다.
밤이 아닌 낮에 근무를 하면서
이전과 같은 두려움은 사라졌지만,
매점을 통해서 알 수 없는 강요 같은 부탁을 하는
손님들에게서 '그림자가 없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과거 엄마에게도 들었던
'힘든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얘기를 떠올리며,
나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그들을 돕고자 하는데...
손님들의 부탁하는 일들과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은 어떤 것일까?
그들을 돕고 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의 일이 아닌 타인의 일에
우리는 관심을 잘 갖지 않는다.
더욱이 아르바이트하는 매점의 업무와 관련 없는
난감한 요청 앞에서도
나희는 그들의 얘기를 열심히 들어주고,
최선을 다해 그들의 부탁을 들어준다.
오래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엄마에게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자신처럼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던
엄마를 더 기억하고 이해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희는 매점을 찾는 미스터리한 손님들의
수수께끼 같은 부탁을 따라
하나 둘 주문을 이행하다 보니
그들의 마지막을 붙잡고 있던 기억임을 깨닫게 되고
소망이 이루어지는 순간 편안한 마음으로
고요하게 사라지듯 세상을 떠내는 그들을 배웅하며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제대로 이별하지 못했던 자신의 감정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도
다시금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되는데,
꼭 죽음이라는 것이 두려움이나
슬픔만으로 점쳐지는 게 아니라
아름답고 따스한 마무리,
건강한 안녕을 맞이할 수 있음을 깨달으며
더욱 단단한 내일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오늘'이라는 희망찬 가능성을
더욱 활기차고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게 되고 말이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된다.
서로를 이끌어주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오늘을 채워주는 공동체 의식은
퍽퍽하고 차가워지는 오늘날,
가장 필요한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개인과 개인, 단절과 차가움이라는 감정 앞에서
미처 놓치고 있었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던 힐링 소설!
편안한 마음과 오래도록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나의 완벽한 장례식〉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