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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
사쿠라이 치히메 지음, 김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4월
평점 :

"이 글은 니들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팬이 돌아서면 안티보다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스타를 잘 알고 아끼던 팬이 돌아서면
더욱 무섭다는 비유인데,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 그를 미워하고
때로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비뚤어진 팬들의
행동이 드러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다 보면
결코 비유로만 웃고 넘길 말은 아니다.
살면서 한 번쯤은 누군가의 팬이 된다.
학창 시절 다들 흔하게 겪는 아이돌 가수뿐 아니라
배우나 운동선수, SNS의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스트리머라 불리는 인터넷방송을 하는 사람들까지
사람들이 열광하는 존재는 정말 다양하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한순간이듯
누군가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계기도 한순간이다.
평생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할 것 같았던 팬심은
새로운 스타의 등장으로,
혹은 사회적 물의 나 도덕적 문제를 일으키며
다른 대상으로 바뀌기도 하고
누군가는 단순히 '더 이상 마음을 주지 않는다'를 넘어
'그가 죽도록 싫다'에 이르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의 신부가 되고 싶어"라는 소망을 가진
고등학생인 소녀이 그녀의 전부였던
아이돌 그룹 멤버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사진을 보지 않고도 그의 얼굴을 정밀하게 재현하며
1년에 364일 정도를 생각하던 그를
어째서 죽이고 싶어진 걸까?
그리고 좋아하는 마음은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을까?
동경과 배신이 빚어낸
지독하게 비뚤어진 팬심을 담은
리얼한 소설을 만났다.
제목부터 집중이 되었던
〈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이다.
청춘의 광기를 그린 작품들로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사쿠라이 치히메가
이번 작품을 통해 담은 이야기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10대 소녀의 이야기이다.
타인과의 소통이 극도로 서툴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어려워하며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못하는 쇼지 하나코.
그런 그녀의 하루를 꽉 채워주는 존재는
바로 아이돌 그룹 '백 투더 나우'의
후지카와 이사미 이다.
팀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다이가보다도
성실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하며
항상 열심히 연습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사미의 매력에 푹 빠진 하나코는
평생 손에 넣을 수 없는
멀리서 바라만 보아야 하는 보석 같은
이사미를 응원하고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사미에 대해서라면 모든 것을 알고 싶고,
그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이야기조차 꺼리는 하나코는
어느 날 자신과 같이 이사미가 최애인
반 남자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사미에 대해서 더 알고 싶지 않아?"
"알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게"라며
그녀의 닫힌 마음과 대화를 열어준
쓰키미야 요후네이다.
공통 관심사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순식간에 가까워진 그들은
이사미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더욱 친해진다.
평생 가까이할 수 없었을 것만 같았던 이사미였는데
그의 집을 알아내서 볼 수 있게 해줬던 것도
하나코에게는 요후네에 대한 믿음을
더욱 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파헤쳐 가던 정보들 사이에서
하나코는 그동안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이사미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것.
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갈수록
그를 위해 더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코의 바람과 달리,
성실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사실 이사미가 만든 캐릭터였다.
같은 팀 멤버인 다이가에 대한 질투와 열등,
이해할 수 없는 팬들의 BL 성향까지
참았던 이사미의 화는 급기야 폭력으로 이어지는데
뉴스를 달군 이사미의 소식 앞에
배신과 실망을 느낀 하나코는
그를 없애고 싶다는 생각에
요후네와 함께 팬 콘서트에서 그를 죽이기로 한다.
과연 그들은 정말 이사미를 죽일 수 있을까?
그를 죽임으로 인해서
그들이 마음에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나의 마음속에서 빛나는 그의 모습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던 하나코가
이사미에 대한 실망과 배신을 느끼고
폭주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최애를 죽이려고 한다'는 단적인 시선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세월이 지나 변한 스타의 모습 앞에서
'지난 나의 사랑에 대한 배신'을 느낀다던가
'쏟았던 나의 열정'을 돌려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서
비뚤어지기는 했지만 그 마음의 시작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아쉬웠지만
그만큼 큰 사랑이 반대로 더 큰 반향이 되었을 것이다.
공통 관심사를 가진 줄 알았던
요후네의 마음속 진실과
마지막 순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씁쓸함도 조금 더해졌다.
어떤 의미에서는 팬과 스타의 관계는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진실은 저리 감쳐둔 채
서로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
보고 싶은 모습만을 바라보며
멀리 떨어져 바라볼 때 아름다운 관계.
그 균형이 깨지는 순간,
그 관계가 위태로워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그 사랑이라는 감정이
자신과 타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소설을 읽으며 스스로에게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