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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삶 - 디지털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에릭 사댕 지음, 박지민 옮김 / 김영사 / 2026년 4월
평점 :

"이 글은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2025년 우리나라의 AI 도입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개한
'2025년 AI 도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성 AI 사용률은
경제활동인구의 26%에서 30% 이상으로 증가,
전 세계 25위에서 18위로 7계단이나 상승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AI 플랫폼을 사용하며,
IT업계 사용률은 92.5%에 달한다고 하며
사용하는 플랫폼 역시 다양해지는 것을 보니
AI 생태계가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업무나 공부에서뿐 아니라
일상이나 여행, 혹은 개인적인 고민이나 상담,
건강관리나 스케줄 관리 같은 부분에 있어서도
AI 플랫폼을 사용하며 보다 밀접하게 되었고
더 이상 기술적인 부분으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때때로 사용하고 있지만,
AI 플랫폼에만 의지하거나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이들을 볼 때면
과연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늘 옳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따라붙게 되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모두 겪은 나에게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며 마주한
이 혁신적인 '기술'이 어디까지 납득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얻게 되는
장점이나 이득을 말하며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AI 플랫폼의 발전으로
공부나 업무, 일상에 있어서도
전과는 다른 프로세스를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달라질 우리의 삶의 모습에 대해서
'당연한 흐름'으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맞닥뜨린 위기는
'스크린 중독' 정도로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거대한 변질은 아닐까?
이로 인해 나타날 위기에 대해서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기술이 모든 것을 대신해 주고 있는 지금,
'AI로 인해 사라질 직업'이 아닌
대체불가한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세계에서 인간이 어떻게 존재해야 할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파헤친 비평서를 만났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작가인
에릭 사댕이 전하는 〈유령의 삶〉이다.
직접 대면하거나 편지 등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시간과 거리를 초월해 사람들은 연결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AI 기술의 발전은
불과 몇십 년 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삶의 모습을 현실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더욱 밀접하게 서로에게 연결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에게 접속하고 연결되는 지금
우리는 완전히 서로에게 연결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은 이 연결이 우리를 더욱 단순하고
우리의 주체를 소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연하게 생각했던 지금의 기술들을
작가는 새로운 시선으로 파헤치고 들여다본다.
스마트폰이나 생성형 인공지능,
그리고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연결되는 사람들,
너무나 편리하고 즉각적인 이 연결과 떠받치는 것들을
작가는 '유령'이라고 부른다.
우리를 매혹적인 길로 이끄는 것 같은 이것들은
이것에 의지하게 되는 순간
생각과 행동, 창조하기를 멈추게 한다.
단순하게 주어지는 것만을 획득하며
자신만의 주체를 가지고 생각하거나
행동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우리들에게
에릭 사댕은 이들에게 맞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에 마주한
냉정한 현실이자,
우리가 미처 외면하고 있었던
인공지능 시대의 제한된 삶,
우리가 얻게 되는 기술적인 장점에 가려져
잃게 되는 본질적인 '주체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모두가 열광하고, 이를 어떻게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할지를 다루던 여느 책들과 달리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주체성을 잊지 말자고,
우리가 현혹되지 말아야 할 유령들의
잔혹한 현실에 대해서 전하는 것이다.
기술이 틀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이 살아가고 연구하며 '기술'을 통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류가 득을 봤는가?
지금의 흐름 역시 언젠가 모두가 당연히 마주해야 할
새로운 '장점만이 가득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AI 시대로 접어들고
인공지능 서비스가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어디서부터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사람들이 의지하고
그것만을 향한 맹목적인 흐름이,
정말 인류를 구원하고 발전시켜줄 기술의
당연한 모습인가 하고 말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익숙지 않음에서
오는 거부감이 아니라 놓치고 있던 진실을 깨달으며
느끼는 두려움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엄습해왔다.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기술의 대가로 무엇을 잃고 있는지
올바른 시선에서 지금의 인공지능 시대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작가이기 이전에 철학자인 작가의 이야기는
근본적인 기술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런 기술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철학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지식이자
삶의 본질을 다루는 철학적 시선을 통해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가
강하게 다가왔다.
실체는 사라지고 알고리즘의 명령을 수행하는
주체성을 잃은 유령이 될 것인가?
아니면 죽음이 도사리는
언어와 상징의 인공적 생성에 맞서
무한한 형태의 창조적 충동으로
일상에 우리의 활기를 불어 넣을 것인가?
이 책에 대한 해답은 책을 읽으며
독자들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다가올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던지는 책
〈유령의 삶〉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