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한국 엄마에게 - 조작과 오류로 덧칠된 초국가적 입양 산업의 민낯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 지음, 손화수 옮김 / 푸른숲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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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푸른숲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2023년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지며

'국가 소멸 위기'라 불릴 정도에 이르렀다.

하지만 출산율이 이렇게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고 유지되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이 있으니

바로 '최대 아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에도 해외로 가장 많이 입양을 보낸

국가 3번째에 오르며 여전히 불명예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인 1953년 이래

약 20만 명의 한국 아이가 해외로 보내졌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세계 최대의 디아스포라를 가지고 있다"라며

우리나라의 해외입양 실태에 대해서 언급을 했는데,

막상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현실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공공연하게 진행되었던 아동을 해외로 사고팔던

그 '선의'라는 이름의 행위에 대해서

"나도 모르게 아이를 사고파는 일에 가담했다"라며

자신과 아이, 그리고 입양을 둘러싼

국가와 사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났다.

〈너의 한국 엄마에게〉이다.


사회학자이자 한 아이의 엄마였던 저자는

바라고 기다렸던 둘째를 얻지 못하자,

해외입양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입양으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기까지

바람과 다르게 지난하게 기다렸던 시간을 뒤로

새롭게 그들 곁으로 사랑스럽게 다가온

아들 안데르스와 이어

같은 한국에서 온 딸 셀마까지 입양하며

온전한 가족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생각과 다르게 '다르게' 생긴 외모로 인해

노르웨이에서도 한국에서도 속하지 못한 채

차별을 받아야 했던 아이를 걱정하며

아이의 뿌리, 그리고 아이를 데려오게 된

'해외 입양 산업'의 민낯을 알게 되며

그동안 선의와 사랑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생각에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뿌리를 찾아가고자 하는 아들과 함께

조적과 오류로 덧칠된 '초국가적 입양 산업'에 대하여

파헤치고 고백하는 글을 담아 이 책을 썼다.


우리나라에서 '입양'을 보는 시선은 썩 곱지 않다.

공개입양을 꺼리는 이들이 대부분인데다가,

입양을 했다 하더라도 특정 성별을 선호한다거나

입양 이후에 다시 파양을 하는 등

'순혈 중심의 단일민족국가'라는 고정관념에서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를 가족으로 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지속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발생하는 소외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해외 입양으로 방향이 틀어지게 됐다.


전쟁 이후 먹고살기 힘들어서,

혹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미혼모라는 낙인으로 인해

갓 태어난 아이들을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국가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된 발걸음은 20만 명이라는 아이들을

한국을 벗어난 해외로 보내게 했다.


어렸을 때 〈수잔브링크의 아리랑〉이라는

영화를 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었다.

"어떻게 아이를 다른 곳에 보낼 수 있지?"라는 마음과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지만

특수한 케이스의 희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많은 시간이 지나고

출생률이 떨어져 국가 소멸 위기에 처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또 알음알음 들려오는 부모님 또래의

해외입양 이야기 앞에서

내가 우리와는 먼 이야기라고 단정 지었던

해외 입양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제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원하는 가족에게,

가족을 잃은 아이를 보내는 것.

그래서 새롭게 가족이 된 이들이

이전의 힘들었던 시간을 잊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

우리가 흔히 생각해 온 입양이라는 것의 청사진이었다.


막상 열어본 해외 입양의 현실은

아이들을 위한다는 최선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을 사고팔며, 새로운 사업 모델 위에 세워진

하나의 시장 구조와 다를 바가 없었다.


자신의 의지에 관계없이, 선택조차 할 수 없이

거래하고자 하는 이들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뿌리를 욺겨야 했던 이들의 아픔은

고스란히 입양아들의 성장통으로

평생을 따라다닐 뿐이었다.


절차는 깔끔하고 문제가 없다는 말만 믿고

아이를 키우며 보냈던 시간들 앞에서

저자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내가 한 이 선택이 최선이었는가?라고 말이다.

원치 않는 이별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아이를 빼앗긴 엄마의 마음을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겹쳐 보이며

사회와 국가가 외면한 입양 제도에 대해서도

따끔한 현실을 내보이며 독자들에게도

미처 몰랐던 현실을 고발한다.


사랑하는 아이를 만나기까지의 조심스러웠던 감정,

아이를 데려오고 가족이 되기까지 애썼던 시간,

그리고 아이가 자라나면서 '다르다'는

차별 아래 놓일까 걱정했던 마음들은

점차 자라나며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 하는

아들의 마음과 함께 그녀와 가족들을 한국으로,

또 무언가 썩은 냄새를 풍기는

입양산업의 진실 속으로 이끈다.


뿌리에 대한 원초적인 이끌림,

그 궁금증에 대한 애달픔과 함께

입양 이후에 고통 속에 보내야 했던

어쩌면 지금도 지속되고 있을 그들의 아픔 앞에서

평범하게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친부모와 함께 내 나라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나의 시간이 굉장히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제도적인 개편뿐 아니라,

아이들을 '입양'하고 키워내며 가족으로 살아가는

모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함을 체감했던 시간이었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아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이제는 정말 벗어내야 하지 않을까?


많은 입양인들과 입양가족들의 시선에서

또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의 현실까지

초국가적으로 벌어지는 입양 산업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내가 보았던 〈수잔브링크의 아리랑〉이 개봉한지도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

여전히 변치 않는 그 현실을

앞으로는 누구도 그 고통을 겪지 않게끔

바꿔야 할 기회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만들어지는 가족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을

좀 더 자연스럽게 누구도 힘들지 않게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그 사이에서

희생되는 시장의 물건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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