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 - 마감과 고갈 사이에서 건진 스물네 개의 문장들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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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트리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공부나 숙제, 일 등 해야 하는 과업이 있을 때

해야 하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며

스스로를 곤란에 빠뜨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무언가의 마감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호기롭게 여유를 가지고 시작했다가도

점점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다른 것으로 눈이 돌려지고, 엉뚱한 생각을 하며

주어진 마감을 외면하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최근의 내 상태도 그랬다.

보기에 편하고 좋은 것,

가만히 눈만 뜨고 있으면 되는 도파민에 취해

무언가를 읽고 쓰는 것에 대해서

또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느슨한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기간적 여유도 있었고,

'지난 몇 주간 바빴으니까

조금 쉬엄쉬엄해도 괜찮잖아'라는

스스로를 향한 배려는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

더 이상 나조차 나를 봐줄 수 없는

비합의의 상태로 접어든 것이다.


서평단 활동을 위해 서평을 작성하면서

이런저런 복잡함이 어려있는 와중에

이번에 만난 책이 하필

전업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이었다.

나만큼이나 글을 쓰기 싫은 순간을 맞이한 작가가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붙잡아준 문장들과

삶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덧붙인

〈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이다.


작가들에게는 머릿속에 훌륭한 문장들이 마구 떠다니며

누가 계시를 주듯 머릿속에서 들리는 문장들을

잡아서 글의 형태로 옮기는 초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는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몇 줄 조차 쓰기 힘든 글들을 한 권이라는 책에 담아

엄청난 감탄과 공감을 하게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작가 역시 한 명의 인간에 불과하고

그들 역시 마감에 매인 몸이라는 것을 체감한 것은

아무튼 출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이슬아 작가의 모습을 통해서였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메일로 발송하는

'일간 이슬아' 작업을 하는 작가의 하루 일상이 나왔는데,

그녀는 딱히 무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는 것도 아니고,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며

마감 시간에 쫓겨 글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글을 쓰다가 글감을 위해 만화책을 읽고

요가와 운동을 하면서 말이다.


작가와 관련된 이야기에서도 익숙하게 등장하는 소재는

바로 마감을 미루는 작가의 모습.

이렇게 마감과 고갈 사이에서

글쓰기 싫을 때 전업작가를 붙잡아주고

일으켜 세운 문장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호기심이 조금씩 일기 시작하고,

그 호기심에 힘을 얻어 책을 펼쳐보았다.


삶과 글쓰기 그 어딘가를 부유하고 있는

작가의 생각들은 자신의 마음과 겹쳐지는 문장과 함께

독자들 앞에 펼쳐진다.

어쩌면 직업이 '글 쓰는 사람'일 뿐

무언가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 가진 마감이 다가와야만

비로소 겨우 움직여지는 모습은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뭔가를 하려고 하면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것들,

뭔가를 하려고 하면 자꾸만 생기는 사정들은

내가 왜 지금 하려는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지

왜 꼭 이럴 때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마치 징크스 같은 이런 상황을 벗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행하다 보면 어느새

글의 완성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과 마감에 쫓기면서도

결국은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원동력이

그를 계속 다시 쓰게끔 한다.

나 역시 적지 않은 서평 의뢰 도서를 읽으며

마감일에 맞춰 글을 쓸 때면

압박감에 때로는 초조함을 느끼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를 외치며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곤 한다.


이런 마감 앞의 초조함을 느낄 때면

기필코 다음에는 좀 더 여유 있게

마감을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다음의 기회가 왔을 때는

여전히 발등의 불을 느껴야만 움직이는

반복을 행하면서 말이다.


책을 통해 만난 전업작가의 삶 역시

경제적 대가를 가져오지 않는 나의 글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큰 위로를 얻었다.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선행자의 입장을 읽으며 방법을 찾아가는 것만 같았다.


하기 싫은 일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내가 원해서 혹은 선택해서

해야 하는 일이 된 그것을

어떻게 즐겁게 바라볼 수 있을지

시선을 바꾸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책!

조금 더 유쾌하고 어찌 됐든 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그런 원동력을 모두가 얻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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