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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자들의 시간
줄리아노 다 엠폴리 지음, 이세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2월
평점 :

"이 글은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시대에 따라 정치의 흐름 또한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지극히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어
거의 고정된 개념으로 인식되었던
권력구조가 최근들에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정치하면 고정된 정치인들의 손에서
서로의 선을 지켜가며 애매하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밖에
불편함을 표시했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며
전혀 다른 결이라 생각했던 기술이나
이른바 너드남이라 불릴법한 이들이
새로운 권력층으로 등장하며 기존의 권력구조를
뒤흔들고 있으니 말이다.
왕이 지배하던 시대와 달리
국민들이 주권을 가지고 시민들의 목소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금의 시대에서
권력이 어떻게 획득되고 변화하는지
오늘날 우리 시대의 권력의 민낯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책을 만났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적의 정치평론가이자
소설가인 줄리아노 다 엠폴리가 쓴
〈포식자들의 시간〉이다.
저자는 부끄러움이 없는 독재자,
무질서를 전략으로 삼는 정치인,
기존 규칙에서 벗어나 거침없이 활보하는
테크 정복자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권력의 얼굴을
'포식자들의 시간'이라 명명한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적 시선으로 오늘날 우리 시대의
권력에 대해서 정면으로 응시하여
이러한 사실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쓴 책이다.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는 한 세계의 숨결과
그 자리를 차지할 또 다른 세계의 서릿발 같은 지배를,
관찰자적 입장에서 담아내고 있는데
논픽션이라고는 하지만 위트 있고 생생하게
정치와 권력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최근 들어 폭주하고 있는 트럼프부터
오래도록 익숙한 이름 푸틴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마크 저커버그 같은
기술 정복자들까지 새로운 포식자로 일컫는다.
이들은 '속도와 힘'을 주요 덕목으로 내세우며
정치인들과 함께 권력의 본질 자체를 바꾸며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권력자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러한 새로운 권력의 주체들을
하나의 종족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탄생과 부흥 과정을 치밀하게 관찰해 드러낸다.
AI 시대, 기술과 정치를 더 이상 떼어 생각할 수 없지만,
기술과 정치 사이에 유지되던 균형이
무너지고 있음을 작가는 말한다.
새로운 테크 엘리트들은 기존의 관료들과 다르며,
욕망보다는 혼돈을 불러일으키려는
강력한 욕망에 기반한다면서 현재의 혼란이나 혼돈이
시대의 증상이자 역사적으로는
'정상 상태로의 회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인류 정치에서 힘, 속도, 폭력이나 결정력이
오히려 기본 상태였다면서
그 기본 상태가 기술과 결합해서
새로운 형태로 돌아온 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예전처럼 중심에서 주변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예상을 벗어난 곳에서 튀어나오고 진출 방향도
달라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극단적인 결과를 볼 때까지 나아가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인식, 날이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를 예를 들어서 말이다.
한정된 이들에게 뻔하게 흘러가던
과거의 정치가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권력자들로 인해
우리가 알던 기존의 모습이 깨어지고 있는 권력.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미래를 대비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도착한 현재를 직시하고
과거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신랄한 통찰과 흡인력을 통해
자신과 같은 시대의 목격자로서 독자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우리 시대의 권력의 민낯을 제대로 파악하고
기술의 미래로 오해할 수 있는
새로운 권력의 미래를 인식하고
추상적 개념의 권력이 아닌 일상 속에 드러나는
구체적 관계의 역동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한다.
정치나 권력에 대한 이야기라서
마냥 어렵게만 느껴질 것 같았는데
마치 생생한 관찰자가 되어
권력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현재의 정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신세계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