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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안 써지세요? 저도요
정지음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2월
평점 :

"이 글은 오리지널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얼마 전 SNS에서 자조 섞인
씁쓸한 농담을 본 적이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없는데,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은 너무나 많다고
다들 '나의 얘기를 담은 책 한 권' 쓰는 것이 소망이라며
읽지는 않고 쓰고만 싶어 하는
출판계의 현실을 토로하는
글을 보며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성인 연간 독서량은 점점 감소하고 있는데,
주변을 보면 유난히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인지
책을 많이 있는 애독가이자 다독가들이 참 많다.
쉴 새 없이 많은 책들을 읽어나가고
그것을 넘어 자신만의 글을 써 내려가는 이들을 볼 때면
'출판계가 위기라는데 정말 맞긴 한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출판사에 기고해서 책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글도 있지만,
브런치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서
전업작가로 활동하는 이들도 많다.
이전에는 신춘문예같이 문학상을 받고
등단하는 작가만이 작가라고 불리곤 했지만
이제는 등단하지 않고도 작가가 되어 책을 낼 수 있으니
정형화된 형태의 전업작가가 아닌 현실을 반영한
흐름을 제대로 체감하게 된다.
이렇듯 '글쓰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넘어
이미 '글쓰기'로 결정한 이들이 마주하는
글쓰기의 어려움에 기꺼이 공감하는 이가 있다.
멋진 일이지만 한편으로
이처럼 고되고 힘든 일이 없다며
전업 작가로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은 마감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글쓰기의 기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
정지음을 만나 보았다.
작가라는 사람은 글쓰기에 지치지 않는 줄 알았다.
마치 머릿속에서 줄줄이 단어와 문장이 나오고
그것을 너무나도 능숙하게 정돈하여
꾸준하게 글을 내는 줄만 알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운동도 하고, 음악도 즐기며
직장인처럼 규칙적으로 양질의 글을 생산해 내고
또 그 글을 통해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결국은 창작의 고통이 담겨있는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 한 예술이라는 점에서
음악이나 미술과 다를 바가 없다.
한편의 작품이나 한 곡을 위해서 밤낮없이
연습과 끊임없는 시도를 하는 그것과 마찬가지로
글쓰기의 영역에는 '퇴고'가 있을 뿐이다.
잘하는 것도 매일 한다면 지치기 마련인데,
글을 써 내려간다는 것은
정해지지 않은 목적지를 길을 만들며 걸어가는 것 같다.
머릿속에 부유하는 생각들을 그대로
글자로 옮기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 한 끗이 무엇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작가는 '쓰고 싶지만 쓰고 싶지 않아'라는
감정에 집중했다.
'글을 쓰려면, 작가가 되려면'이 아니라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해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왜 써야 하는지
머뭇거리는 마음들 사이에서 지켜야 하는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전업 작가는 이래야 한다,
글쓰기는 이래야 한다는 책들을 많았는데
막상 실제로 글쓰기를 업으로 삼으며
일에서 진전이 되지 않을 때 이겨내는 방법을
얘기하는 이들은 없었다.
마치 대대로 이어져온 비법소스의 비율을 알려주듯
정지음 작가는 자신만의 덤덤한 듯 위트 있는 글로
글쓰기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에게
'야 너도?' '야 나도!'하면서
공감의 따스한 손길을 내민다.
수많은 갈림길 사이에서
글쓰기를 선택한 이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글을 쓰며
글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혹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마음에서 종이에 이르는 방법을 전한다.
쓰다가 현실의 벽 앞에
지쳤을 때 이겨내는 방법은 물론
결국은 쓰기로 선택한 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글쓰기를 위하여
자신의 마음을 탈탈 털어 꾹꾹 눌러 담아
고봉밥처럼 따끈한 책 한 권을 차려낸 것이다.
순례자의 길에서 먼저 고행길을 걸어간 선행자가
뒤이어 오는 사람들을 위해 전해주는 팁처럼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의 기쁨은
알토란같이 소중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은 없다.
고치고 또 고치며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더 이상 퇴고를 하지 않고 손을 떼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나 역시 글쓰기에 대한 장벽을
높고 완벽하게 잡으려고 했기에
시작 단계에서 일찌감치 지쳐버려서
더 이상 진행을 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는지
스스로의 글쓰기를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의 글을 가장 먼저 읽는 독자인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글쓰기를 미루지 말고
사소한 단어, 문장 하나에서부터 시작해 봐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쓰고 싶지 않을 때에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한 발이라는 것을 늘 기억해야겠다.
작가가 되려 하지 말고
일단은 글 쓰는 사람으로 시작해 보자.
글쓰기의 고통 속에서도 기쁜 시간들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글쓰기가 쉬워지지 않을까?
그런 진심이 가득 느껴졌던 〈글이 안 써지세요? 저도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