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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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교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눈으로 읽지만 마음으로 되새겨서인지

사진이나 영상 같은 매체보다도

활자가 전하는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많다.


사진이나 영상은 그것을 담아내는 사람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담는다면,

텍스트는 그것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해석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와닿는 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의 눈이 글에 담긴 깊이보다 얕아

미처 전하고자 하는 바를 잡지 못할 때도 있고

때로는 나의 눈이 전하고자 하는 바 이상으로 깊이 보며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텍스트, 활자라는 것이 전하는 힘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검푸른 빛의 바닷속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무한한 힘을 가진 글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이러한 글, 문장이 주는 힘이

도드라지는 것 중 하나가 광고라고 할 수 있다.

지면이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광고.

하지만 그런 광고에서 사람들을 뒤흔드는 것은

다름 아닌 문장이다.


간결한 한 문장일 때도,

긴 이야기 끝에 도달하는 감정일 때도 있다.

문장의 끝에 다다를 때면 비로소 광고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에 도달하는 기분이 들곤 한다.


이런 광고 카피 속에 들어있는 문장에 대하여

왜 좋은지 그 '왜'를 들여다본 책이 있다.


이름만으로도 너무나 잘 알려진 TBWA KOREA,

무신사를 거쳐 29CM 헤드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광고 카피뿐 아니라

〈나를 움직인 문장들〉, 〈카피라이터의 일〉 등을 쓴

오하림이 모아둔 광고의 액기스를 함께 맛보는 것 같은

〈일본 광고 카피 도감〉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일을 하는 카피라이터,

이런 카피라이터의 마음에 든 문장은

과연 어떤 문장일까?

하는 궁금증이 이 책에 대한 첫 기대감이었다.


장르가 다르기는 하지만 웹서비스 기획자로 근무하며

다양한 웹 카피를 작성했던 나였기에

카피라는 것을 작성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또 잘 쓰인 카피 앞에서 드는 경외심이나 부러움,

시기 질투와 같은 감정들은

카피라이터인 그녀도 느낄 것만 같았고

때로는 카피를 작성하며

'이 문장은 꽁꽁 싸놓았다가

나중에 꺼내서 야금야금 먹고 싶다'는

생각을 나 역시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한 편의 시 같은 카피들이

오하림의 소개와 함께 이어진다.

'나는 왜 이 카피가 좋을까?'에서 출발했다는 책답게

그녀가 엄선한 광고들의 카피는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좋다'라는 감정에 대해서

더욱 깊이 있는 마주함을 제공한다.


나의 마음을 카피한 듯한, 그리고 처음 봤지만

한순간에 마음을 뒤흔드는 듯한 문장들은

계절과 추억과 시간을 잔뜩 머금은 채

독자들을 광고 속으로 불러 모은다.


기획자의 전략이나, 시대의 맥락까지

담아낸 하나하나의 카피들은

저마다의 힘을 내보이며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하루에도 수없이 마주치게 되는 광고들 사이에서

유난히 나를 잡아끄는 광고를 만난 경험이

누구나 있지 않은가?


〈일본 광고 카피 도감〉은 그 제목답게

다양한 광고와 카피를 모으고 소개하며,

그 속에 담긴 깊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단순히 카피에 대한 소개나 이야기가 아닌

실제 광고를 올 컬러 도감의 형태로 실어 내면서

실제로 그 광고를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또 광고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카피라이터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나의 마음과도 얼마나 겹쳐지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덕분에 언어나 문화가 다른 데서 오는

정서적 차이가 있을 텐데도

광고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이라든가 분위기를

고스란히 제대로 느껴질 수 있었다.


막연하게 '좋다'라고 생각해서 모아두었던 것들을 보니

문득 그 속에서 나의 취향이나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일본 광고 카피 도감은

오하림이라는 카피라이터에 대한

발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드러내는, 나와 겹쳐지는

나와 비슷한 문장들을 골라내며

오하림과 같은 결의 감정들을 발견하고

그녀의 필터 아래 더욱 짙은 감성을 느낀다.


드라마나 영화, 혹은 소설이나 에세이 등을 읽으며

'이런 문장을 내가 썼더라면' 하는 감정으로

조용히 삼키고 내내 물고 있는 문장들이 있다.


그런 문장들의 소중함을 알고,

문장을 읽는 오하림의 태도를 통해

당연한 일상과 말속에서 잊고 있었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 어딘가에서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카피한

단 하나의 문장을 만나길 바랍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쩌면 이미 그럴 것이라는

자신감이 심어져있는 것 같다.

책을 펼치기 전, 그리고 막 펼치고

마침내 덮게 되었을 때

느낄 수 있었던 아름다운 감정들은

일말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 여정이

결국 모두 옳았음을 느끼는 뿌듯함과 견줄만하다.


오래오래 꺼내어 보고 싶은 문장들이 더 늘었다.

그런 자신의 보물을 기꺼이 내어 준

작가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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