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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 - 내가 살아가는 두 세계
이가라시 다이 지음, 서지원 옮김 / 타래 / 2025년 10월
평점 :

"이 글은 타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청각장애가 있는 부모에게서 자란 들리는 아이.
코다라는 개념을 알게 된 것은 오래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되었던 이길보라 작가의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를 통해서였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님 아래서 자랐다는 이야기는 신선하기도 했고,
이웃들의 사연을 다루는 인생 다큐나 방송을 통해
"그랬구나, 그렇게 자라왔구나"라는 느낌으로
하나의 콘텐츠로 감정을 소비하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감정으로 다가왔다.
꼭 청각장애가 아니더라도
장애를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난
비장애인 아이에게는 사람들의 고정된 시선이 쏟아진다.
쉽게 판단할 수 없는 타인의 인생에 대해
사람들은 딱하다거나, 무책임하다거나 했고
오롯이 그 아이를 그 자체로 바라보기보다는
장애를 가진 부모를 보호해야 하는
작은 보호자로 바라보며
원치 않는 동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애가 있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일상이 조금 불편한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그들의 인생이 누군가의 평가와 동정을 받을만한
당연한 위치에 있지 않다.
쉬이 겪어볼 수도 공감하기 어려운 그 삶에 대해
어쩜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단정을 내렸을까?
후천적인 청각장애로 구어가 가능한 아버지와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인 청각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둔
코다라 불리는 비장애인인 작가는
사랑하지만 미워하고 이해하고,
지켜주고 싶지만 벗어나고 싶었던
부모님과의 관계를 털어놓는다.
시간이 지나며 달라지는 작가의 마음은
책을 읽는 독자들과 함께 자라나게 되는데...
과연 코다는 어떤 존재인지,
장애를 가진 부모님과 살아가는
비장애인 자식과의 관계는 어떤 세계를 담고 있는지
두 세계를 지긋이 바라볼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이가라시 다이가 쓴 <코다>이다.
평범하진 않지만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던 다이에게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부모님의 존재가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집에 놀러 온
친구의 말 한마디에서부터였다.
말하지 못하는 엄마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
날선 말을 하는 타인에게서 떼어놓고자 한
어린아이의 마음은, 청소년기에 이르러
원망이 담긴 아픈 말로 스스로 거리를 벌리기 시작한다.
누구에게도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 작가는
공감받을 수 없는 고립감 속에서
자신감도 인생의 방향도 잃은 채 방황하게 된다.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엄마와 거리감을 두며
장애인 부모를 둔 사실을 떠나
온전한 자신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작가.
부모님을 떠나 혼자의 시간을 보내며
그 시간 속에서 만난 다른 청각장애인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코다를 만나며
그동안 갇혀있던 세계에서 벗어나
두 세계를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을 담아,
더 이상 후회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속죄와도 같은 글을 쓰며 완성해 나간다.
이윽고 제대로 표현하게 된 마음.
어렸을 때나 그가 방황하던 때에도,
다시 손을 내민 현재까지도
항상 변함없이 사랑과 지지를 보내는
어머니의 사랑은 새로운 "꿈" 앞에
드디어 모자가 함께 겹쳐진다.
잘 몰랐고, 그래서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의 모습을 비로소 공감하며
그들에게 주어진 두 개의 세상을
기울어지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장애라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거나
틀리고 나쁜 것이 아닌데,
그릇된 시선과 편협한 앎으로
쉽게 그들의 삶을 재단했었다.
작가의 이야기이자, 수많은 코다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이해와 공감,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일상에서 만나는 청각장애인들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충분히 할 수 있는 그들의 역할을 무시하지 않고
함부로 배려하지 않는 동반자로서
그들과 어우러지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꼭 장애 비장애 여부를 떠나서도
늘 자식 앞에서는 죄인이 되고 마는 부모님들.
내가 지닌 나와 우리 부모님의 삶의 무게와 견주어
여러모로 울컥하며 멈추어서 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언제나 믿음과 사랑을 주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임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