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 계엄의 밤, 국회의사당에서 분투한 123인의 증언
KBS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제작팀.유종훈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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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야기장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2024년 12월 3일.

평범했던 그날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어버렸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하루를 마치고

다음날 배구 직관을 가기 위해

여느 때보다 일찍 누워 잠을 잘 준비를 마치곤

늘 그래왔던 것처럼 휴대폰을 보며

노곤한 하루의 끝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 소식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갑작스러운 속보와 함께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무섭다'였다.


민주화운동이나 군사정권을 모르고 자란 나는

당시의 모습을 사진이나 기사 등

혹은 그를 다룬 영화를 통해서 접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비상계엄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 무지했고

무지함에서 오는 두려움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크게 다가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보다는

그저 벙찐 상태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국회로 달려간 사람들도 있었고,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내며

소식을 퍼뜨린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체감했지만,

그날 나는 가장 소극적이고 비겁한 선택을 한

사람 중 하나였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국가의 주인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국민이었다.

정치나 사회 문제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조심스러워,

표현조차 하지 않았던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날의 밤을 보내며 깨달았다.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와 눈이 필요하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역할이자 의무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는 바로 그날,

현장에서 분투한 이들의 증언을 담은 책이다.

우원식 국회의장, 안귀령 대통령 비서실 부대변인,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까지...

그들은 자신이 마주한 12월 3일의 기억을

차분하게 털어놓는다.


평범했던 하루가 순식간에 폭풍 속으로 휘말리며,

거침없이 그 속으로 뛰어들었던 이들의 용기.

책은 그날의 긴박한 공기를 생생하게 전하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목소리들을 기록한다.


계엄령이 내려지고, 혼란스러움과 동시에

마음속 한편에서는 뜨거운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2024년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그것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오래도록 준비해왔다는 점에서 화가 났다.

이렇게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사람이

바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이윽고 발표된 포고령을 보고 있자니

더욱 계엄의 현실이 와닿기 시작했다.

- 국회, 지방의회, 정당 활동,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정치 활동 금지

- 언론과 출판물 검열

- 전공의 등 모든 의료인의 48시간 내 본업 복귀 명령

을 내리며 위반 시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송할 수 있으며

계엄법에 의거하여 처단한다고 선포했다.


포고령이 선포된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가 정상 접속되지 않으며

이렇게 순식간에 무력화 시킬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과연 이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그저 막막했다.


계엄 해제가 되기를 기다리며

계속해서 인터넷을 새로고침하고

관련 소식을 읽어보며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던 불면의 밤.

나는 미처 나서지 못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을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마음을 채웠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는

과거 수많은 희생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 또한

다시금 체감했다.


정치적 문제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며

말을 아끼던 내 모습은

사실 복잡함을 피하고 싶었던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응당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


1년이 지난 2025년,

다시 12월 3일을 맞이했지만

그날의 일은 여전히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

책 속 증언들은 우리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2024년 12월 3일, 당신의 그날은 어땠나요?"

그 질문은 단지 그날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에게,

민주주의의 주인으로서

우리의 역할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물음이기도 하다.


잊지 말아야 할 그날의 기록,

생생한 증언들이 전하는 뜨거운 이야기.

결코 당신도 예외는 아니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그 속에서 나의 몫을 상기시켜본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그날을

기록으로 마음에 새기며,

이 책을 통해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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