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훔치는 그림자 사유와공감 청소년문학 3
이성엽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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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유와공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 모두는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에 실제로 있다는 이 존재의 의미가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거나 두드러진 모습의 의미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존재들 사이에서 자신의 의미를,

이미 존재하는 자신을 스스로 잃기도 하고

되려 잊히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친하지는 않아도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있는데

마치 이 모든 기억들이 어디로 갔나 싶게

졸업앨범이나 오래된 사진 속에서 잊고 있던

얼굴과 이름을 발견하고는

"아! 맞다! 이런 이름이 있었지" 한 적이 있었다.


이런 사라진 이름들은, 그 존재는 어디로 가는 걸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소설이 있다.

한창 '나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타인 사이에서 소외나 따돌림에 아파할 청소년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고민으로 다가갈

철학적 판타지를 담은 소설

<이름을 훔치는 그림자>이다.


상처도 많고 외로움도 짙은 '정지훈'이라는

아이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한다.

친구들 사이에서의 문제들로

어린 시절부터 상처가 많았던 지훈은

'차라리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기를,

이 세계에서 지워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어느 날 늘 옆자리에 앉았던 자신과 비슷했던

'김준서'라는 이름의 친구가 사라졌다.

그의 이름뿐 아니라 있었다는 기억, 사실, 흔적 등

모든 것이 말이다.


유일하게 그를 기억하는 지훈은 이런 현상이

단순한 이상 현상이 아니라, 이름과 기억을 삼키는

비형의 힘이 깨어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를 잡아끄는 듯한 방울소리와 기억해달라는 목소리,

오랜 과거의 신화적 요소와도 연결된 이야기는

기이하면서도 순식간에 빠져들게 하는데..


자신의 존재마저 지우고 싶어 했던 지훈이

유일하게 준서를 기억하는 한 사람이 되고,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부르며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그를 다시 세상으로 끌어내려 한다.

이 세계로 다시 묶어주는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름 앞에

세상은 쉽게 기억을 잃곤 한다.

누구든 쉽게 채워지고 수정되며

낯선 얼굴로 바뀌긴 하니까 말이다.

오로지 '나로 존재한다'라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데,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그 빈틈 앞에

이름을 잊어버린 자들의 목소리는

소중한 이름과 그 존재의 의미에 대해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얼마 전 SNS를 달궜던

이름이 적힌 과자의 인기처럼

비로소 타인이, 또 내가 부를 때

의미가 있어지는 이름은

'존재함'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가장 원초적인 구분점이 돼주기도 하는 것 같다.

불러야 의미가 되는 이름,

불러야 비로소 존재가 되는 얼굴들은

'나'라는 존재를 혹은 '타인'에 대한 애정을

우리 모두가 갖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한때는 스스로 지워지고 싶었던 소년이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놓고

지워진 이름을 불러 세상에 묶어주는 모습은

한 단계 성장하고 초월한 단계의 사랑 그 자체였다.

지훈의 성장과 희생을 지켜보며

나도 불러야 그 의미가 더해지는

소중한 이름들을 자주 입에 올려야겠노라고 생각했다.


나의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다른 이들에게 어떤 존재로 남아있을까?

기억이라는 무게가 전하는 존재감을 느끼며

함께 어우러지는 따스한 온기를

우리 모두가 서로 전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잊은 건 아니지만 가슴에 품은 그 이름을

맘껏 불러보며 한때는 분명 존재했었고

여전히 마음속에 살아있는 얼굴들을 떠올린다.

'잊히지 않는다면 존재할 수 있어!'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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