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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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웅진지식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시대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문학이라는 장르.

우리는 그 속으로 들어가 시대를

다시 살고 이해할 수 있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이들에게

시간이 흘려도 큰 울림을 준다.


박완서 작가의 대표작이자,

그가 생전에 가장 아꼈다고 하는

자전적 소설이 이번에 이옥토작가의 사진과 만나

새롭게 대중들에게 인사를 건냈다.

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를 찾은

이옥토 작가의 이번 표지는

아련한 추억과 성장을 담은 유년기의 이야기를 담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가〉와 만나며

그동안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접하지 못했던

젊은 독자들에게는 새로움으로,

이미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만났던 기존 독자들에게는

다시 만난다는 반가움과 추억으로 다가오고 있다.


작가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담은 이번 소설은

1930년대에 태어난 박완서 작가가

나에게는 할머니와 비슷한 연령대로

어렸을 때 전해 들었던 그 시절 어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작품이었다.

다수의 작품을 통해 박완서 작가를 만나며 익숙했지만,

기억의 더미를 파헤쳐 마치 그 시간을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이 작품은

가히 대표적이라고 할 만한

또 작가가 생전 가정 아꼈다고 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세워놓는 뿌리와 같으면서도

또 작가로 살아가게 된 자양분 같은 시간이니

그에 대한 애착이 큰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명칭조차 낯선,

나로서는 이 책의 제목으로 알게된 '싱아'만큼이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도화선 같은 역할을 하게되는 포인트들이

소설 속에서는 가득 담긴다.


역사에 담긴 시대의 흐름은 개인의 이야기로 들을 때

더욱 실감난 깊이로 다가온다.

한두줄의 사실로 담을 수 없는 그 광대한 마음의 흐름을

우리는 소설을 통해 '완서'로 살아가며

그녀의 마음에 자신을 겹치게 된다.


한국현대사를 아우르는 굵직한 사건들을

사회 역사 시간에 배우며,

그것이 일어난 것이 고작 우리가 태어나기 전

오래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입버릇처럼 배어버린 일본식단어와

왜정시대라는 표현을 쓰며

해방을 맞이하고 얼마지 않아 전쟁을 겪었던

할머니가 보고들은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겹치기엔

너무나 먼 시간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흔하디 흔했던 싱아와 그것의 맛은

배가 고파 콩새를 잡아먹었다던 아빠의 이야기처럼

까마득한 '이야기로만 존재하는 이야기' 였다.


그들 역시 그 시대에는 어렸고, 부단히 자라났으며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고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었고

그 속에서 고민과 해탈, 성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을

새삼스럽게도 너무나 멀찍이던 그 이야기를

마치 나의 이야기인양 읽고 있자니

그 시간을 사는 것 같고,

그 계절이 여기 머무는 것 같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옮기며

'순전히 기억에 의지해서만 쓴다'라고 했던 작가.

그녀의 기억에 아로새겨진 풍경과 사람들,

하루하루는 그 어떤 장편소설보다도

섬세하고 깊이가 있었으며 아련함으로 남는다.

기억에 의지했다는 그 이야기의 깊이가 어찌나 깊은지

그 시간이 작가에게 그만큼 의미가 있었음을

체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가득 채워 준 할아버지의 사랑을

그득히 느낄 수 있었던 개성에서의 시간,

고고함을 잃지 않았던 엄마의 이끌림으로 오게 된

서울이라는 낯선 풍경 속에서의 학창시절,

시대의 흐름을 고스란히 직통맞은 모두의 일상 등

싱아를 먹으며 뛰어다니던 어린 완서는

점점 머리가 여물고 자라며

이념을 알게되고 사회를 살아가며

'삶'이라는 것에 대한 단단한 의지를 가진

성인으로 자라나게 된다.

그녀의 그 과정을 함께하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 역시

되새길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평온과 혼란을 넘나드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어려움이나 부침을 느낄 때마다

더 격동의 시간을 보냈던 어른들의 시간은

어땠는지 생각하게 된다.

지금 내가 겪는 이 흔들림을

그때의 시간에 비할 바는 안되겠지만,

어쩌면 미리 예습하는 것처럼

그들의 시간을 통해 내가 나아갈 방향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는지도 모르겠다.


퍼즐조각을 맞추듯 그간 읽었던 박완서 작가의 작품 속

시간들을 차곡차곡 껴맞추며 새롭게 읽을 수 있었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가장 찬란한 계절의 흐름 속을 여행하며

지금의 순간을 더욱 깊이있게 관철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있었던 뜻깊음으로 다가왔던 그런 작품이었다.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은 이 작품을

주기적으로 한번씩 읽을 이유가 생겼다.

선생님이 남긴 이 아름다운 계절의 이야기를

욕심껏 잔뜩 머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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