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자 시호도 문구점 2
우에다 겐지 지음, 최주연 옮김 / 크래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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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학용품, 어른이 돼서는 사무 용품으로

문구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물건을 마주하는 마음이나 시선은 한껏 달라진다.

어렸을 때의 물건은 필요보다는

누군가 선물을 했다거나 하는 식의 의미나

그저 갖고 싶었고 가지게 되었던 소망이 담겨

원래 물건이 가진 가치보다도 더 높아진다.

반면 어른의 물건은 지극히 실용적이고 편한 것,

자주 사용해서 손에 익숙한 것,

누가 봐도 부러울 보편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대단한 물건이라 하더라도

의미, 이야기가 없는 물건은 금세 질리고 만다.

하찮고 작지만 이야기가 담기는 순간,

절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소중한 손님들의 의미와 이야기가 담긴

혹은 그런 의미가 되고 싶은 문구들을 건네는

따뜻한 문구점이 있다.


손님의 나이, 직업, 성별에 관계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며

기어이 손님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아주는 그런 곳.

<긴자 시호도 문구점>의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났다.


1권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환하게 문을 연

긴자 시호도 문구점은 일본에서는 4편까지 나오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1권에서는 각기 다른 고민을 가진 인물들에게

(주로 선물이나 편지를 전하고자 하는)

그에 어울리는 편지지나 펜을 골라주고

편지 쓰기를 도우며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었다면


이번에 만나 본 2권에서는

각자 추억이 얽힌 물건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우연한 기회를 바탕으로 시호도 문구점을 찾으며

자신의 물건에 얽힌 이야기가 꺼낸다.

고민을 나누는 것에서 추억을 나누는 것으로

시호도 문구점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이다.


대를 이어 운영하는 시호도 문구점은

오래된 문구점의 모습과 도구들뿐 아니라,

선대가 지켜온 기본을 이어오고 있다.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손길,

손님의 입장에서 함께 공감하는 마음은

이곳이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소중한 마음을 나누는 곳임을 보여주는데

(하지만 이래서야 어디 유지가 되나 싶다)


방문하는 손님들의 각기 다른 추억과 물건들로 하여금

독자들에게도 잊고 있던 추억이나 마음가짐,

소중하게 간직하고픈 물건들에 대해서

떠올릴 수 있게 한다.


어렸을 때는 '어른의 물건'은 무엇이 다를까?

라는 생각을 한 번씩 했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어보고 나니,

아이의 물건이 그대로 자라는 주인과 함께 존재하며

어른의 물건이 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추억을 가진 물건들은 그 쓰임보다도

가지고 있는 의미에 가치가 더 부여되면서

그저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도 큰 힘이 되는,

하나의 행복의 요소로 남는 것이다.


만약 시호도 문구점에 내가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물건을 찾게 될까?

내 추억의 문구 중 어떤 물건을 가지고

그곳을 가게 될까?

생각해 봤는데, 책을 읽자마자 떠올린 물건은

바로 이것이다.




바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일본 출장을 다녀오며 아빠가 사다 주신 가죽 필통.

학창 문구류에 욕심이 많을 때에는

얼마 들어가지 않고 알록달록하지 않은

이 필통이 '일본제'라는 것 이외에는

특별함으로 다가오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이제는 저 필통을 꽉 채우지 않아도

충분히 필요한 문구류가 다 들어가기에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궁금함에 필통의 브랜드로 검색을 해보았는데,

이제는 회사가 없어진 건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만약 시호도 문구점이 있다면,

이 필통을 보여주며 필통에 담긴 나의 추억과

이 필통 브랜드의 다른 제품이나

비슷한 제품들을 둘러보며

나도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선물을

고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봤다.


복잡하고 늘 지쳐있는 것 같은 어른의 삶에도

문구 하나면 의외로 행복의 포인트는 쉽게 다가온다.

그런 소소한 행복을 찾아주는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

〈긴자 시호도 문구점〉에서 이어질

새로운 이야기가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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