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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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샘터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요즘은 말 그대로 "풍요"의 시대이다.

결핍이 없다 보니 얻기 위한 간절함도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도 점점 줄어든다.

부족함 사이에서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얻는

물질적인 것보다 더 큰 기쁨을 아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충전되는 것처럼

주어지는 하루라는 시간을 감사하기보다는

그저 흘려보내곤 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각박하고 온기를 잃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사람과 사람 간의 온기,

그리고 문학이 주는 따스한 힘을 믿는 사람이 있다.

영미문학 교수이자 번역가로,

또 칼럼니스트이자 교과서 지필자로, 에세이스트로

많은 이들에게 "교수님"이자 "선생님"으로 존재한

장영희 교수의 글을 새롭게 다듬은 반가운 책을 만났다.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타고난 몸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말하고 바라보는 세상에는

늘 따뜻함이 함께 했다.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온기 어린 시선,

그리고 작은 일상을 감사하게 바라보는 그만의 기준은

성공이나 부를 추구하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전작인 〈삶은 작은 것들로〉를 통해서도

사랑과 희망이 가득한 보석 같은 문장들을 나눴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생전에 작가가 발표했던

마지막 산문집을 작가의 문장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편집하여 새 옷을 입힌 개정판이다.


2009년에 작고한 작가를 내가 알게 된 것은

그 뒤로 제법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낸 나에게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며 소리 없는 응원을 더해준

소중한 사람이 선물해 준 책을 통해서였다.


장영희 작가는 해마다 피어나는 봄꽃처럼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꺼낸다.

장영희가 사랑한 사람과 풍경,

그가 사랑한 영미문학 작품을 통해

작가가 추구하고 좋아하는, 또 작가가 기대하는

삶이라는 것에 대해서 엿볼 수 있게 해준다.


1장은 장영희가 사랑한 사람과 풍경이 담겨있다.

불편한 몸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이어져 왔던 차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지 않았던 문학에 대한 열정.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핸디캡들을 원망하기보다는

그래도 살아가며 만났던 다정한 사람들과

좋았던 일들에게 그녀는 시선을 보낸다.


익숙해져서 '당연함에 잊고 있던 소중함'을 일깨우며

매일 주어지는 순간들에서도 축복의 찰나를 발견한다.

그것은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발견한

문학작품의 장면일 수도 있고,

험한 세상을 바라보는 염려 속에서도

이내 곧 찾은 희망이기도 하다.


영미문학을 지도하는 교수님답게

2장에서는 그가 사랑한 영미문학을 이야기한다.

작가의 책인 〈생일〉을 통해서도

사랑과 축복의 기쁨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했었는데

이번 책에서도 그가 사랑한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

문학을 통해 삶의 많은 부분을 채워왔다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임으로써

그가 그려내고 추구하고자 하는

문학적인 이해까지도 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어떤 부분에서는

"문학 속에 답이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문학을 통해 삶의 음영을 엿볼 수도 있고,

미처 몰랐던 나의 생각을 일깨워 주기도 하니 말이다.

작가가 소개한 작품들의 인용을 보면서

좀 더 깊이 있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삶'

매일 눈을 뜨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무엇보다 큰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감사함과 소중함을 놓칠 수 있는 우리들에게

작가의 목소리로, 또 그가 사랑한 문학작품들의

목소리를 빌려 이 소중하고 축복 같은 아침을

반짝이게 마주하자고 그렇게 독자들에게 말을 건다.


잔잔한 일상 속에서 마주한

여전히 사랑하고 기억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작가 장영희의 글은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파고를 남긴다.


"스스로 문학의 한 부분이 된 듯하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문학을 만나는 것 같다.

이 아름다운 문학을 내내 가슴에 새기겠노라고

다짐하면서 따스한 기분을 잔뜩 만끽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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