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
김민지 지음 / 샘터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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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샘터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결혼을 하고 나면 사라지는 '나'라는 이름.

여자들은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불리며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곤 한다.


물론 결혼 이후에도 이전과 동일하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삶을 사는 이들도 있지만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육아와 양육, 살림에 있어서

여자들에게 바라는 몫이 많기에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을 지우고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높은 비율로 존재하는 것이다.

평범한 일반인들도 마찬가지고,

특히나 결혼한 상대가 너무나 잘 알려지고

엄청난 커리어를 가지고 있을 때는 더할 나위 없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 속에서

박지성 선수는 단숨에 국민 영웅이 되었고,

그의 결혼 소식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와 결혼한 김민지 아나운서는

이후 '박지성의 아내'로 더 많이 불렸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누구의 아내나 엄마로서의 수식어가 아닌

김민지라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을 만났다.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이다.


자신보다는 가족의 유명세 아래, 이름 앞에

조심스러워서 어떤 이야기도 쉽게 꺼내지 않았던 그녀가

그 모든 수식어를 내려놓고

오롯이 자신으로 존재한 이야기를 담았다.


미술을 전공하고 아나운서의 일을 하게 된 과정,

많은 이들이 궁금했던 연애와 결혼,

영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느꼈던

'엄마'로서의 역할과 뿌듯한 '자부심'

그리고 비로소 아이를 키우며 느낀

엄마에 대한 이해와 그 희생에 대한 고마움까지


일기처럼 때로는 소개처럼,

성공, 실패에 관계없이 그 자체로 의미 있었던

자신의 시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인간 '김민지'를 보여준다.


나 역시 아나운서라는 직업 이외에는

'박지성의 아내'로만 알고 있던

김민지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자신에게 소중하고 좋았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또 어떤 성과를 위해 달리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세상과 사람들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작고 사소한 기쁨들로 채운 하루의 만족,

부끄러웠던 순간들의 기록도 기꺼이 꺼내보며

그녀는 '이 또한 나'라고 인정하며

자기만의 속도로 단단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그녀처럼 세상의 리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화려하고 빛날 것 같은,

그저 편하게만 지낼 것 같은 편견을 가졌는데

아이를 키우며 고민하고 힘들어하며,

때로는 번아웃에 빠져 지쳤다가도

다시 자신의 리듬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평범한 우리들과 다르지 않았다.


사회가 판단하는 '이름을 잃고 역할만 남아'

초라한 아내나 엄마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기쁨과 행복으로

삶을 가득 채워 반짝거리는 '제법 괜찮은 나'로

존재하는 그녀의 모습은

자기를 잃고 사는 많은 아내이자 엄마들에게

'나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같았다.


이제는 박지성 전 선수나 김민지 전 아나운서 가족의

이야기가 들릴 때면 선수로서의 모습을 기억하고

'박지성 선수의 가족'이 아닌

영국에서 '만두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며

하루치 행복을 채워갈 '김민지'의 모습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들을 꼭 끌어안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는

정답이 없다는 모범답안을 보는 것 같았다.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자신의 이야기로

김민지라는 이름 세 글자를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한 그녀.

빛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그녀처럼

나도 내 인생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나만의 리듬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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