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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 이곳은 도쿄의 유일한 한국어 책방
김승복 지음 / 달 / 2025년 7월
평점 :

"이 글은 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공자의 논어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무언가를 향한 발걸음에서
그것을 오롯이 즐기는 사람은
어떤 노력이나 타고난 실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말로,
'진정 즐길 줄 아는 여러분이 이 나라의 챔피언입니다'
라는 가삿말처럼 우리는 매사에서
즐길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를 찾으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즐길 수 있다면
자연스레 그것을 꾸준히 오래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지속 가능한 일'을 꿈꾸는 나 역시 그런 점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왔고 말이다.
일본이라는 가깝지만 먼 이웃나라에서
그것도 하나의 거대한 서점이라 불리는
도쿄 진보초에서 유일한 한국어 책방이 열렸다.
'한국책과 작은 카페'라는 설명과 함께
학교를 다닌 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책거리'라는 이름을 한 이곳은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책을 읽고자 하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문학과 문화를 전한다.
도쿄의 유일한 한국어 책방,
21세기 조선통신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책거리의 이야기를 담은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를 만났다.
서점을 다니다 보면 여러 나라의 원서를
취급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언어 공부를 위해 부러 원서로 된 책을 찾아읽거나
혹은 전공서적 등 전문지식을 다루는 경우
번역본이 없거나 원서가 의미를 더 잘 전달하기 때문에
원서를 찾아보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고 일부러 다른 나라의
문학작품들을 원서로 찾아읽는 것은 흔치 않기에
그것을 전문으로 하는 책방, 서점이 있다 하면
'과연 수지 타산에 맞을까?'
'그래서 어떻게 운영이 될까?'라는
생각부터 할 것 같다.
하나의 사업체이기는 하지만
여느 매장과 책을 다루는 책방은
접근 방식이 다른 것 같다.
책방을 하는 이들 중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책방을 하는 사람은 없을뿐더러,
오히려 책방을 유지하기 위해
부가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이니
이런 사랑을, 이런 움직임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사랑'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지 않을까?
그저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 믿고 떠난 일본에서
한국의 시와 소설을 출판하고 그것을 알리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작가는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내가 하는 일은
결국 다 좋아서 하는 일이고
미쳐서 하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책거리와 그곳에서 하는 일을 설명한다.
좋아서 하는 일에는 설명이 필요 없다,
그 마음 하나 만으로도 어떤 어려움이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엄청난 원동력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진보초의 책거리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과 점장을 맡은 직원들,
그리고 그들이 한마음으로 열어낸
K-BOOK 페스티벌까지
좋아하는 마음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 광활한 세계를 보여준다.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진심'이라는 일렁임을 전하며
'당신은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나요?'라고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회색 빌딩 숲 닭장처럼 빼곡하게 늘어선
책상에 앉아 주어지는 일을 하던 회사를 벗어나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우리들이 함께 해보자'는
마음 하나로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책거리가 맞이한 10년을 바라보며,
우리의 10년과 우리의 일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또 그동안 우리와 함께한 고객들과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분명히 힘든 시간도 있었고
(책거리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코로나 때 참 힘들었다)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하며
스스로도 놀랄만한 성장을 하던 때도 있었다.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며
매너리즘에 빠진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책거리처럼 우리를 버티고 지속 가능한 일로
이것을 계속하게 했던 것은
결국은 '좋아하는 마음' 이었다.
책이나 책방이라는 주제를 넘어
책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대입하고 보니
사실은 모두에게 통하는 세상만사의 이치가
그 안에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나 『토지』 완역판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그 긴 시간에 많은 이들의 진심과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울컥하기도 했다.
그렇게 진심을 더한 그 책의 가치는
분명히 독자들에게 전달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아득하고 다정한 사랑의 이야기,
좋아하는 것이 이토록 나아가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이야기로 다가왔던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