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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
강진아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평점 :

"이 글은 한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불안정한 불완전한 자신의 인생을
완전하고 안정스럽게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달리는 여자의 노력과 인생이
'이토록 무섭게도 바뀔 수 있구나'
'이렇게 비뚤게 나아갈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을 만났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인생을 뒤흔드는 '증거'를 남기게 됐고,
그 증거를 없애기 위해
그 사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이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
그 치졸한 인간의 밑바닥을 보며
과연 우리는 이 사람의 모습을
'감히 무어라 판단할 수 있을까'
라는 씁쓸함도 들었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 작은 시작에서 비롯된
너무나 손재주가 좋았던 여고생 차경의 이야기를 담은
〈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이다.
부부 사기단이었던 부모님이 도주를 하다가
사망을 하게 되고 할머니 손에 자란 차경.
넉넉지 않은 가정 환경 속에서도
야무진 손놀림은 그녀를 그림에서도
공부에서도 줄곧 1등을 놓치지 않게 하며
'더 나아갈' 원동력으로 자리 잡게 한다.
미술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재료조차 맘껏 살 수 없고,
연을 끊고 사라져버린 작은아버지 때문에
기초수급자 신청조차 할 수 없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숨이 턱 막히게 힘들었던 차경 앞에
유복하고 넉넉한 환경을 가진 도희가 나타난다.
과외비를 빼돌려 그게 탄로 난 위기에 처한 그녀는,
차경의 재능을 이용해서 위기에서 벗어날
'위조지폐 만들기'를 제안하는데
일회성에 그칠 거라 생각했던 그들의 모험은
불어나는 돈 앞에서 멈출 줄을 몰랐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것이 가짜인 줄 모르고
그것을 사용하며 거스름돈으로 진짜 돈을
바꾸는 역할을 했던 혜미가
어느 날 탄로 난 위기에 처하며 도망치던 과정 속에서
일어난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현장에서 위조지폐를 빼돌리며
도망친 차경과 도희는 사고 앞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이를 비밀로 가져가기로 하는데,
차경의 재능과 사고의 증거인 위조지폐를 빌미로
그녀를 압박하던 도희는 유학을 가며 한국을 떠난다.
무거웠던 마음 한편에는
도희가 쥐고 있는 증거가 무거운 돌처럼 남아있는데,
칙칙하고 불완전한 차경의 인생에 유일한 돌파구
같았던 글로벌 그룹 엔티의 공개채용이 진행되던 찰나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도희가 등장하며
차경은 남아있던 증거인 위조지폐와
계속해서 차경의 능력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그녀와 부딪치게 된다.
과연 차경은 모든 증거를 완벽하게 없애고,
자신의 인생을 완전하고 안정적으로 만들
엔티그룹에 입사할 수 있을까?
그들이 만들어냈던 가짜는 그들의 인생을
진짜로 바꿀 수 있을까?
사기꾼 부모 아래서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처절한 삶을 보낸 차경에서 현실은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뻘 같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진짜 인생을 갖고 싶은데, 노력하고 애써도
어쩐지 자꾸만 가짜 인생만 만들어지는 기분이다.
차경이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모든 것을 다 가진 도희는 그런 차경을 철저히 이용한다.
그녀에게 얽매이고 싶지 않지만 그 수에 자꾸만
얽매이게 되는 차경은 처절하면서도 끈질긴
생존본능으로 자신의 인생을 되찾고자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면욕 식욕 등 원초적인 욕구조차 내려놓고
이를 악무는 차경의 모습은 안쓰러우면서도
히스테릭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목표를 향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이든
취하며 달려가는 차경은
어느새 자신이 닮고 싶지 않았던 부모의 모습을
그리 닮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희와의 재회, 옭아매는 그들의 관계처럼
복잡하게 꼬여버리는 사건들은 점점 더 깊어진다.
애처롭다고 해야 할지, 과연 그렇게 해서 얻은 결말이
과연 차경에게 '진짜' 인생을 선사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이 참 흥미진진했다.
성공이나 완벽한 인생을 원하기 보다
그저 증거를 없애고 '이제 겨우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었던 차경의 바람이 그녀에게는
그렇게 무리였나 싶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이들이 끌어가는
섬세하면서도 치열한 사건들은
그 어떤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