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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월 모일 영숙 씨
졸린닥훈씨 지음 / 메이킹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이 글은 메이킹북스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다함께 살아가는 사회이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개인으로 존재한다.
누군가는 타인과 관계를 맺고 어우러지며
온기를 느끼며 살아가지만,
누군가는 지극히 외롭고 고립되어 있으며
미세한 균열처럼 부숴지기도 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스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아픔과 기쁨, 즐거움과 슬픔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채 그저 스쳐 지난다.
작가는 이런 개인들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 속에 숨겨진
온기와 고독에 대하여 짧은 소설들을 통해 표현한다.
졸린닥훈씨가 쓴 〈모월 모일 영숙씨〉이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무어라 특정지을 수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 눈에 튀지 않는
사회의 "개인"들이다.
이들은 때로는 너무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해서
다른 이들에게 의식되지 않을 정도인데,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이들은
자신이 가진 고통, 기쁨 등을 통해
조금씩 잠재되어 있는 감정들을 표출한다.
참고 있다가 터지는 어떤 감정들처럼
그것은 타인을 향한 칼날이 되기도 하고,
자신을 갉아먹는 구멍이 되기도 한다.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타자화된 자신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면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전혀 알 수 없는 타인과 이어지는 관계는
고독 속에서 마주한 따스한 온기와도 같다.
계기도 이유도 없이 이어지는 관계는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서로 다른 개인과 개인이
'사람'이라는 이유로 공통점을 갖는 것처럼
어떤 운명같은 연결처럼 신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해서 쓴 작품이 아니라
하던대로 "아님말고"식으로
재능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글을 써내려갔다는 작가는
자신의 단편소설들을 통해 고독과 연결,
균열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변화 등을
가득히 담아냈다.
조금은 난해하다 느낄 수 있는 어떤 목소리들은
사실은 작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개입이자
가장 원초적으로 써내려간
본능적인 움직임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다보면 그 작품 자체를 "창작물"이라는
형태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게 대부분인데,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는 창작물이라기보다는
어떤 분투기, 그 자체로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줍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가의 필체 그대로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각자 캐릭터의 모습으로
작기의 목소리를 그대로 내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모두의 "영숙 씨"를 담아서,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고독과 온기를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