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시간 2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하빌리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뉴스를 보다 보면 드라마 보다 더 비현실적인,

때로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싶은 일들이 전해진다.

가정폭력이라든가 그로 인한 살인사건까지

극적인 사건들을 마주하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마주하는 여러 사건들을 바라보면

생각하는 '일반적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모습이

고정되기 마련이다.

연약한 아이나 여성은 피해자로,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남성은 피해자로 말이다.


이번에 만나본 〈자비의 시간〉은

가정폭력 살인사건을 다룬 법정스릴러 작품인데,

내가 생각해 온 살인사건의 이미지에서

한창 벗어난 예외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재혼가정으로 이루어진 한 가족,

의붓아버지의 폭력에 지치고 두려움에 떤

16살 소년이 총으로 그를 살해하고,

그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을 담고 있었는데

흔히 피해자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어린 소년이 가해자로

그들에게 위협을 가하던

의붓아버지는 피해자로 나온다.


그 사건에 이르게 된 과정이 어떻든 간에

결론은 살인사건을 향하고 있고,

더욱이 보안관(경찰)이라는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 덕분에

이 사건은 여러 가지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리고 누구도 살인을 저지른

이 어린 소년의 변호를 하려고 나서지 않고,

그의 국선 변호를 제이크가 맡게 되며

본격적인 사건에 대한 추적과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소년에 대한

재판이 이어지며 흥미로운 서사를 이어간다.


1권에서는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그리고 재판이 열리기까지의 과정을

2권에서는 본격적인 재판이 진행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살인사건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에 수많은 폭력 아래 두려워했던 소년이

자신과 가족들을 보호하고자 했던

선택이었고,

뒤이어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들로

재판의 방향은 예상과 다르게 흔들린다.


주인공인 드루의 변호를 맡은

제이크가 담당한 또 다른 사건의 재판

이야기도 함께 펼쳐지면서

'신념'과 '정의'에 대한 생각을

읽는 독자들도 함께 해볼 수 있었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가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하지만 살인에 이른 것을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재판을 바라보고 판결을 내릴

배심원들은 재판이 진행되며 밝혀지는

증거와 심문을 보며 혼란스러워하고,

읽으면서 나 역시 '무엇이 옳은 판결인가?'에 대해

몇 번이고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배심원 제도로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진행하는 방법이

신선하게 다가왔고,

변호사 출신 작가답게 현실감 넘치는 재판 신은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스릴 넘쳤다.


AI의 발달로 앞으로 사라지게 될 직업 1위로

판사가 꼽혔다고 한다.

판례를 바탕으로 내려지는 판결 앞에서

우리는 '사람'이기에 이해하고

정상참작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소설 속의 이 사건을 AI가 판결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어떤 살인에도 정당화가 성립될 수 있는지?

어떤 처벌이 과연 정당하다고 할 수 있는지?

줄곧 피해를 당하다가

마지막 탈출구 같은 느낌으로

선택한 범죄의 경우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정말 어려운 질문들이 연신 머릿속을 떠다녔다.


가장 냉철하면서도 가장 인간미 넘쳤던 제이크와

엄청난 사건 속에 휘말린 어린 소년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함을 느끼며 끝없이 빠져들게 했다.


법정 드라마라고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보다는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고,

가정폭력이라는 어쩌면 전 세계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소년범죄들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모든 이들이 처벌받아 마땅한 소년"범죄"자가 아니라

그저 "소년"범죄자인 경우도 있다.

그 판결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가야 할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잡아야 할

중심이 될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완전한 끝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길은

다다르고자 하는 그 방향으로

반드시 향하리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