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떤 어른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1월
평점 :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을 통해서 부모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얘기인데,
그만큼 자식 교육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에 SNS를 달구었던 이슈가 있다.
서울 성수동의 유명한 빵집에서
어린아이가 오픈되어 배치되어 있는 빵을
(슈가파우더가 덮여있는 빵이었다.)
혀로 핥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어떤 외국인이 찍은 영상에 담겨 SNS에 퍼진 것이다.
여기저기 퍼지는 영상 속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왔다.
애퀴벌레(애+바퀴벌레)라는 표현을 쓰며
어린이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기도 했고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
아이니까 실수할 수 있다며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
나아가서 아이가 혀로 핥는 동안 영상을 찍지 말고
제지를 했었어야 한다며 영상을 찍은 이가 잘못했다,
애초에 오픈해서 판매한 업체가 제일 큰 잘못이라는 등
책임소재 및 교육에 대한 각기 다른 연령, 성별,
미/기혼자의 의견이 쏟아졌다.
그 빵이 폐기되었는지 혹은 아이의 부모가 문제가 된
빵을 구매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고,
해당 빵의 특성상 밀봉 포장하면 눅눅해져
빵 위의 슈가파우더가 녹는 형태의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개별 포장되는 방식으로
배치할 수 없고 앞으로도 기존의 판매 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업체의 입장이 나왔다.
누군가는 저 가게뿐 아니라 오픈되어 판매하는
음식 종류는 구매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고,
오픈되어 배치되어 있는 빵을 핥은 아이의 행동이
'실수인지 인지하고 한 행동인지'
'잘못이라 하더라도 얼굴이 보이게
영상을 찍어 유포한 것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아이를 키우다 보면 교육이나 부모의 뜻대로
모든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등
사건에 대한 얘기는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자꾸면 수면 위로 둥둥 뜨기만 했다.
어린이가 포함된 문제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난감하다.
아이는 무조건 착하다? 나쁜 아이도 있다?
한두 명의 모습이나 케이스에 따라서 구분 지을 수 없고,
이를 교육이나 통제로만
관리할 수 있는지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를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아이가 행하는 행동에서 발생하는 문제에서
그 눈에 비친 어른의 모습에 해답이 있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전작 〈어린이라는 세계〉를 통해서
저마다 다른 빛깔을 보이는 어린이들의
고유한 목소리를 담았다면
이번에 만나본 〈어떤 어른〉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의 모습,
혹은 어린이의 모습을 통해서 느낀
'이런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작가 스스로의
다짐을 볼 수 있었다.
어린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어른들은 누구나 언젠가의 어린이였다.
우리는 아이들을 향한 시선에서
자신이 추구하던 '어린이'의 모습을 기준으로 삼고
그것을 주입 시키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아이들도 어른들 만큼이나 생각이 깊고,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느리거나
오해해서 생기는 일들이 많다.
무조건 어린이이기에 '이해해야 한다'가 아닌,
그들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살아낸 우리가
보다 너그러운 모습으로 '더 나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따라 나은 '어떤 어른'으로
자라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작가의 이야기다.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만난 많은 어린이들과
한창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까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단순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깊은 생각과 행동으로 그들 앞에서
다 자란 '어른'으로서 부끄러웠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우리는 좀 더 멋진 어른,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어린이를 따라서 성큼성큼 미래로 가자고 얘기를 한다.
물론 비뚤어진 사랑으로 아이들을 무조건 감싸고
잘못이 어른에게만 있다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아이들이 보는 세상을 아름답게 느껴지게 하고
그 속에서 자란 어린이가 더 나은 세상의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한 명의 어른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 자식이 없고, 가까이의 어린이라고 해야
조카들과 동네에서 마주치게 하는 어린이들이 고작이다.
가뜩이나 떨어지는 출생률에 어쩌면
앞으로 어린이들을 더욱 보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어린이들에게 어른과 같은 잣대와 기준으로
그들의 행동과 모습을 판단하고 평가한다면
과연 그것으로 정말 좋은 세상, 좋은 어른을
키워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
그 해답이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한 우리의 모습을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찾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