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샐리 페이지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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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 경기도 광명시 등에서는

특정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인물을

'사람책(휴먼북)'으로 지정해

도서관의 책을 열람하듯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신개념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자가 원하는 분야의 휴먼북을 선택하면

마주 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휴먼북이 지닌 지혜와 이야기를 열람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사람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알게 되기도 하고

나의 삶에 대한 발견과 나아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새로운 원동력과 힘을 얻기도 한다.


사람책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 가는 사람들처럼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찾게 된 여자가 여기 있다.


유능한 청소 도우미이자,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이야기 수집가,

재니스의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이다.


1년 동안 실제 삶에서 수집한 실화에 기반하여

3개월 만에 써 내려갔다는 이 작품은

작가의 첫 번째 소설로

영국에서 5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전 세계 28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한 해 동안 영국 독자가 가장 많이 읽고

가장 많이 샀으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꼽혔다고 한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듣게 될 수도 있고,

대중교통이나 여럿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전혀 모르는 이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집중하게 되기도 하고 말이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재니스도 마찬가지다.

케임브리지의 독보적인 청소 도우미라는

평을 받는 그녀는 청소 도우미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녀는 고객들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수집하게 하는데

'한 명당 한 편씩'이라는 자신만의 규칙 아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마음속

도서관에 꽉꽉 채우며 한 번씩 그 이야기를 꺼내어 본다.

서가를 오가며 책을 열심히 뒤적거리지만

정작 자신의 책은 쓰지 못하는 모습처럼

재니스는 꽁꽁 숨겨둔 자신의 마음과

어린 시절의 잊고 싶은 기억을 가족을 포함해

누구에도 털어놓지 못하고 그저 타인의 이야기만을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만나게 된 B 부인을 통해

실화를 바탕을 한 '베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고,

남편을 죽이고도 처벌을 받지 않았던

베키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으며

숨겨두고 싶었던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에도 마주 서게 된다.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혼자서 생각해서

오해했던 상황과 마음,

타인에게는 한없이 베풀고 맞춰주면서

열두 살 어린 자신에게는 너그럽지 못했던 재니스는

B 부인과의 만남과 베키 이야기를 통해

타인에게서 수집해 모으던 삶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삶으로 비로소 눈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셰헤라자드처럼

이야기가 곧 삶이었던 재니스는

늘 듣기만 하던 삶이라는 이야기를

B 부인 앞에서 비로소 '나의 이야기'를 펼치며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주하게 된다.


항상 따스하게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재니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새 출발을

소설을 읽으며 나도 큰 소리로 응원하게 됐다.

표현하지 않아서 혼자만의 생각으로 위축되었던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재니스가

조금 더 빨리 '이야기'를 꺼내어

새로운 삶, 시작을 맞이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우리는 매일 새로운 일상을 보내며

삶이라는 책,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어떤 때는 기쁜 이야기로 어떤 때는 슬픈 이야기로,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떤 책을 꺼내어 어떤 내용을 취할지는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은 어떤 책인지,

내가 쓰고 싶은 어떤 책인지

나에게로 향하는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큰 목소리로 낼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유쾌하면서도 따스한,

위로와 힘이 되는 힐링 소설이었다.


"이 글은 다산북스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마음에 남은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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