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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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과거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을 읽을 때면 시대를 거슬러가
그때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잘 알고 있는 과거가 배경이라면 잘 알고 있어서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질 테지만,
지나온 시간과 그 배경이 낯선 경우에는
익숙지 않은 장소와 시간을 차분히 익혀가며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같은 땅덩어리 아래 오래전,
우리의 조상들이 살았던 시간에 대한 소설은
'나의 뿌리'가 있어서 일까 유독 흥미진진함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따금씩 한국인, 한국계이지만 외국에서 자라,
'뿌리'외에는 너무 다른 생활을 해온 이주민 출신의
작가들이 그려내는 한국의 모습은 관찰자 같기도 하고
조금은 우리와는 다른 색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으로
디아스포라 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역사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허주은 작가의 첫 작품인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이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뒤에 나온 책들이 먼저 출간되고
독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다음에 뒤늦게 출간되다 보니
"어떻게 읽어줄지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기분"이라는
작가의 말을 듣고 만난 책은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역사와 시대를 반영한 탄탄한 짜임과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빛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는 작가만의 세계관이 그득하게
담겨있는 가장 시초적인 작품으로
산뜻하고 즐겁게 다가왔다.

조선 후기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천민에 속하는 노비 '설'이 포도청에서 근무하며
마주하게 된 판서 대감 딸의
살인사건을 마주하며 시작된다.
설은 노비라는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호기심과 생각들로
사건의 속으로 더욱 깊이 들어간다.
믿고 충성을 다하고 싶은 한 종사관과의 관계에서도
조심스러워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용기를 보이기도 하는데,
특히나 신분이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이 큰
조선 후기 시대에 이런 높은 벽을 넘어서고자 하는
설의 용기 있는 발걸음은 사건만큼이나 흥미진진했다.

갑자기 발생한 살인 사건, 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
사건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믿었던 이들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도 하고 위기에 빠지는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지만
설은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믿고 그것을 사실로 확인하기 위해
달리고 또 나아가는 모습은 차별 앞에서 당당한
그녀의 확신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그녀와 함께 살펴보는 사건의 진실이 더욱 궁금해지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다모라는 직업, 신분의 한계를 소설을 통해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치정인가 싶었던 사건의 방향이 다각도로 펼쳐지며
사건의 진실, 진범에 대한 생각은 작가와 함께
무한한 생각의 날개를 펼치게 해주었다.

색다른 역사로의 접근,
역사 미스터리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차별을 넘어서는 여성의 모습!
허주은의 작품을 통해 보아왔던 가장 따뜻하고
용기 있는 연대를 이번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작가의 첫 작품답게 그녀의 세계관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 꼭 읽어보기를 강추하는 작품으로,
역사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현대 소설보다도 첨예한 허주은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은 창비교육으로부터 가제본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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