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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으니 빨리 말할게 - <길모어 걸스> 로런 그레이엄의 인생 스케치
로런 그레이엄 지음, 장현희 옮김 / 싱긋 / 2024년 12월
평점 :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작품은
(그것이 소설, 애니, TV 쇼 프로그램, 드라마나 영화든)
그 작품 자체의 세계관이라는 것이 형성된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보고, 그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으며
세세한 포인트들을 기억하고 의식한다는 점에서
그 진가가 더욱 발휘된다.
여러 시즌을 반복하면서도
다시 또 제작될 수 있다는 것은
인기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작품이라는 범위를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 온 작품들이 있다.
13년간 방송해온 무한도전이 그렇고
무려 22년 동안 1088회를 방송한 전원일기가 있다.
10년 이상 지속되온 작품들을 보다 보면
그만큼 오랜 시간을 품고 있어서인지
다양한 회차 안에 담겨있는 모습들은
시대의 유행이나 이슈를 반영하기도 하고,
그 내에서 형성된 캐릭터들이
제작을 통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나의 가까운 이웃이자 친구인 듯 느껴지는
감정은 나 혼자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할리우드에서도 우리나라의 이 작품들처럼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 있다.
길모어 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주인공들의 성장과 인생을 보여주면서
팬들에게 '드라마' 그 이상의 감동과 의미를 주었는데,
배우이자 작가로, 또 프로듀서로 다방면의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로런 그레이엄의 새 책이 나왔다.
길모어 걸스의 로렐라이로 익숙한
로런 그레이엄의 《인생은 짧으니 빨리 말할게》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이름과 나이로,
매번 다른 성격과 직업, 캐릭터로 변신을 하는 배우들.
연기라고는 하지만 그 역할을 맡을 때마다
온전히 그 인물이 되고 마는 모습을 볼 때면
배우들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마음은
하나의 역할과 하나의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나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
많은 이에게 내 이름보다도 역할의 이름으로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겨준 배우라면
똑같이 작품을 대하는 마음도, 또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어쩐지 다를 것만 같고 말이다.
배우로 연기를 하면서도 소설을 집필하기도 했고,
끝끝내는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에세이를 써낸
로런 그레이엄이 전하는 이야기는
마치 그녀 그 자체로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로렐라이'처럼 빠르게 속사포처럼
책 속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배우로 연기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
길모어 걸스에 출연하고 촬영하면서 느꼈던 감정들,
많은 사랑을 받고 스타덤에 오르면서
가지게 되었던 생각과 패션에 대한 소회까지
로런 그레이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또 그녀가 맡았던 로렐라이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투머치토커의 말에 중독되고,
그녀가 나온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만 말 것이다.
누구에게나 고생스러운 과거의 시간이 있고,
스타덤에 오르게 된 자신만의 노력이 있지만
이렇게 위트 있으면서도 솔직하게
그러면서도 T.M.I를 연발하는 배우가 있을까 싶었다.
배우라는 직업적 특징을 떠나서라도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이토록 확신 있게
끌고 나가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너무나 솔직했고 자신에게 당당했던
여배우의 이야기는 그 어떤 기사나 가십보다도
훨씬 설득력이 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드라마 길모어 걸스의 팬이라면
드라마가 종영되고 다시 후속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촬영 당시 썼던 일기장 내용까지 덧붙여져
제작 과정에 대한 뒷얘기를 듣는 것 같아
더욱 흥미진진할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그녀가 다시 로렐라이를 맡고
다시 연기를 했는지 그 진심이 와닿아서
마지막 촬영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괜스레
그녀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울컥하곤 했다.
긴 시간 한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면
나와 그 캐릭터가 겹쳐지고 혼재된다.
때로는 나의 모습이 원래 나 자신의 모습인지,
내가 맡은 캐릭터의 모습인지 혼동스럽기도 하고
내가 곧 캐릭터로 일치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서 그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말이다.
로런 그레이엄과 로렐라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모습이었고,
그녀의 글을 통해서 바라보는 길모어 걸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울림 있게 다가오고 있었다.
할리우드라는 우리와는 다른 제작 환경과
배우라는 직업적 특징도 신선했지만,
자신의 일을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자신을 무엇보다 살필 줄 아는
가장 솔직한 사람인 로런 그레이엄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가장 씩씩하고 근사한 목소리,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기꺼이 다른 사람 앞에
나를 있는 그대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의 목소리,
로런 그레이엄의 빠르지만 강한 메시지가 담긴
그런 책이었다.
"이 글은 교유당으로부터 교유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