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문장들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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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겨우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나고

일상을 보낼 수 있었던 건

온통 흔들린듯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주어지는 하루,

주변에서 용기와 사랑을 주며 힘을 북돋아 주는

사람들의 마음 덕분이었다.


장영희 작가를 만나게 되었던 것도

그때 당시 옆에서 가장 많이 신경 써서

말을 걸어주고 들여다보며

과한 위로나 어떤 말이 아니라

나의 하루를 그저 물어봐 주던

오랜 지인의 선물을 통해서였는데,

생일을 맞이하여 주었던 〈생일〉이라는 책은

작가가 신문에 기고했던 영문시 칼럼 중에서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을 모은 것이었다.


그 뒤로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내내 생채기로 남아있을 것 같았던 아픔들은

잊힌 건 아니지만 조금은 무뎌졌고,

그 시간을 바탕으로

'나도 타인의 아픔에 기꺼이 함께 공감하고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었는데

거의 10년 만에 다시금 장영희 작가의 문장을 만났다.

《삶은 작은 것들로》라는 작품이다.


작가는 생후 1년 만에 소아마비에 걸려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1급 장애인 판정을 받고,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수많은 차별과 싸워야 했다.

학교를 다니며 통학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불편함뿐 아니라,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신체적 불편함과는 관련이 없는 대학 입학시험조차

보기 어려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런 차별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나갔고

영미어문 전공 교수이자 번역가, 칼럼니스트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암 투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다양한 작품과 글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 있다.


이번 책은 기존에 작가가 남긴 글들을 모아

한 권으로 묶은 책으로, 일상 속 아름다운 흔적을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삶을 바라보는 자세와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2025년 트렌트 키워드로 언급된 말 중

유난히 마음에 들어오며 공감을 가져온 것이 있다.

바로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단어로

너무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아주 보통의 일상 속에서 평온함을 찾으려는

삶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아보하와도 일맥상통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이번 장영희 작가의 책 속 문장들은

행복이 어떤 어마어마한 가치나

위대한 성취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아주 작고 소소한 순간들 속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지 모른다며,

그것을 발견하고 놓치지 않기를 말하고 있었다.


작가가 전하는 다양한 문장들 속에서

'인생'이라는 시간을 바라보는 그만의 시선을

제대로 공감할 수 있었고,

'더 많이 더 특별하게 더 행복해야 해'라는 생각에

강박처럼 그것을 쫓던 사람들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사소하고 늘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책은 크게 5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자연 인생 당신(사람) 사랑 희망이라는 주제로

작가가 전하는 문장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생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보이지 않는 이정표를 은은하게 보여준다.


여러 파트들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어왔던 부분은

인생과 희망이라는 파트였다.


치기 어린 욕심, 바쁘던 10~20대 때는

가지지 못했던 마음의 여유와 자신을 아는 시간을

30대가 접어들고 이런저런 일들로

인생의 나이테를 만들어가면서 느끼게 되었는데,

그런 나의 느낌 또한 삶과 인생이 선사해 주는

어떤 선물 같은 의미라는 것을 느끼던 찰나에

작가의 문장들과 마음을 겹치며 더욱

단단하게 의미를 세우게 됐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쉽지 않은 인생살이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몇 번을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것은

보물찾기 속 보물 같았고 말이다.


잔잔하게 그리고 나지막이 이어지는 문장들을 훑으며

소리 없이 읽고 마음속에 아로새기며

인생의 의미를 행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실패 앞에서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때마다

부딪쳐서 불편한 사람을 보며 싫은 감정이 들 때마다

감정의 화살을 내가 아닌 바깥으로 돌리며,

못난 마음만을 키웠던 순간들을 많이 반성했다.


어쩜 이렇게 마음먹을 수 있을까?

어쩜 이렇게 차분할 수 있을까?

제법 나도 시간을 보내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나의 인생의 열매는 덜 여문 상태였구나

깨닫는 계기가 되었기도 하고 말이다.


작가의 문장을 통해 인생을 다시 바라본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지는 행복을 다시 바라본다.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따뜻한 눈빛과 마음으로 주어지는 보석들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다짐한다.


"이 글은 샘터사로부터 서평단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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