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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전업작가 시점
심너울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평점 :

최근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문학을 꼽자면 SF 문학을 빼놓을 수 없다.
2020년대에 들어오면서
SF 장르문학이 점점 사랑을 받고 있고
많은 젊은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식 SF 문학의 탄탄한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한국의 최초 SF 소설을 쓴 문윤성 작가의 이름을 딴
'문윤성 SF 문학상' 도 진행되며 SF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심너울 작가가 있다.
심너울 작가는 90년대에 태어난 젊은 작가로
2018년 서교예술실험센터 공간 교류 사업
'같이, 가치' 프로젝트의 하나인
탈영역우정국의 사변소설공모에
단편소설 <정적>이 선정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웹진 '거울'의 고정 필진이며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회원이기도 한데,
2019년 SF 어워드 중단편소설상을 수상하고
다양한 작품들로 팬층을 쌓아가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SF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작가라고 하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었다.
홀연히 글쓰기를 시작하여,
술술 누군가가 불러주는 것을 쓰는 것처럼
작품을 쉽게 써 내려가고,
남들과 똑같은 일상도 작품으로 녹여낼 수 있는
남다른 시선이 있을 거라는 생각 말이다.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글쓰기를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습은
그것마저도 '하루키'이기 때문에 나오는
그만의 캐릭터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태어나 살면서 자신만의 업으로
먹고사는 일을 지속하고 있는데,
매일 창작을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전업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글을 쓰는지 너무 궁금하던 찰나에
심너울 작가의 솔직 담백한 에세이를 만나게 됐다.
단편소설로 데뷔하여 그 이후로 장편소설,
시나리오, 칼럼 등 다양한 텍스트를 써 내려가고 있는
전업작가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심너울 작가.
작가는 자신에 대한 소개와 함께
글을 써야 하는 작가라는 직업으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책 자체에 대한 생각,
또 출판시장에 대한 얘기뿐 아니라
인공지능이 점차 도입되고 있는 현재에서
창작자로서 느끼는 생각,
자신이 감동을 느끼는 작품들에 대한 소개하고 있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가진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느끼는 다양한 생각들을 솔직 담백하게 담아낸
전업작가의 분투기라고 볼 수 있다.
우연한 기회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전업작가로 여러 작품들을 써 내려가면서
그것을 '업'으로 삼은 이상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작가는
'자신이 너무 돈을 밝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라고 했지만 어쩌면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자 하는
많은 예비 전업작가들에게 가장 솔직한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최저 원고료나 평가에 대한 문제,
증정본이나 책의 홍보를 위해 활용하는
서평단이나 다양한 활동 등에 대해서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산업에 대한
생각을 덧붙이고 있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지금도 한 달에 1,000권이 넘는 새로운 책들이 나오고
여전히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독립출판(자가출판)을 비롯해,
출판사에 투고를 하며 작가가 되고자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너무나 궁금한 점들이 많을 것이다.
마치 관찰카메라를 따라가듯 심너울 작가의
글을 따라 전업작가의 일상을 훑으며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또 직장인들 만큼이나(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노동력을 투여하고 움직여야 함을 느끼게 된다.
작가들 중 누군가는 '문학 작품'은
그 자체가 예술인 것으로
수익이나 경제적인 부분과는 별도로
지속해 나가야만 하는 사명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어쩌면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이들에게
그들에게 이것이 하나의 직업이 아닌
마치 '어떤 상황에서도 이어가야 하는 사명'
같은 것으로 인식하고 강요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전업작가로서 글을 써 내려가며
작가가 고민했던 수많은 포인트들과
다양한 시간 속에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한 인간으로서 평범한 직업을 가진
우리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어떤 하나의 기준으로 원고료를 측정하기도 어렵고,
작품의 뛰어남이 판매량으로
모두 이어지는 것만이 아닌 상황에서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은 전업작가는
자신이 가져온 글쓰기의 시간을 바탕으로 말한다.
글쓰기의 현실이 이렇다고,
전업작가로 사는 현실은 이렇다고 말이다.
자신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기꺼이 드러내고
마주한 한계를 넘어 또 한 발자국 내딛는
그러면서도 텍스트를 써 내려가며
낙관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느낀다.
'아, 역시 그는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나는 그가 써 내려간 텍스트를 읽고 공감하며
그가 낙관하고 다시 또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의 작품 중 인상 깊게 읽었던
《갈아만든 천국》에 대한 회고까지 있어서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솔직한 고백이었다.
"이 글은 문학수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