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눗방울 퐁
이유리 지음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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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만남 그리고 이별 후에도 여전히 '나'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사랑보다는 어쩌면 이별 앞에서
우리는 한 뼘 더 성장해 나간다.

예상치 못한 이별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불현듯 현실을 마주하고 자신을 바라보며
그렇게 조금씩 다시 일상으로 세상 속으로 나아간다.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가족, 알 수 없는 외계의 존재,
레즈비언 커플, 수조에서 훔친 킹크랩 등
다양한 이별의 이야기를 특유의 위트와 명랑함으로
담아낸 이유리 작가의 소설집 《비눗방울 퐁》을 만났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사연이 담긴 이별을 마주하고 있다.
이별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던 인물들은
비로소 이별 끝에 상대를 향하던 시선과 마음이
오롯이 자신을 향하며 나를 다시 사랑하는 과정을 겪는다.

한때는 나를 채웠던 사람과 감정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그 부재는 달라진 현실을 더욱 쓸쓸하게 한다.
이별이라는 사실보다도 그때와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서
어쩌면 사람들은 더 부침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치매를 앓으며 변해가는 엄마를 두고,
기억을 바탕으로 구성한 가상현실 속 엄마를 만나며
그곳에 마음을 기대고 가지게 되는 마음속 부채감을 담은
<크로노스>
사회가 말하는 보통의 삶을 이어가지 못하고
'기생'한다는 날카로운 말 앞에 도망치듯 나온 현실 속
막막함도 '그때 일은 그때 가서'라는 마음으로 잊어버리기
<그때는 그때 가서>
이별 뒤 아픔을 지우기 위해 선택한 감정전이 과정에서
돌아보게 된 사랑했던 추억의 따스함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아프고 좋았던 또 상처받았던 모든 기억을 담은
담금주의 맛이 제대로 들 수밖에 없는 이유
<담금주의 맛>
나이도 많고 능력도 없는 성소수자의 삶이지만
하루하루를 시트콤처럼 유쾌하게 담아낸
<보험과 야쿠르트>
외계 생명체와의 기이한 동거,
사실은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멋진 존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은
<달리는 무릎>
눈에 보이는 귀에 들리는 인사가 전부가 아님을,
각자의 방식으로 헤어지는 이별 이야기
<비눗방울 퐁>
시작은 장난이었으나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을 주니
또 다른 스토리가 된 <퀸크랩>까지

소설 속 인물들을 따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나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았다.

완전히 끝난 후에야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법.
그동안 완전히 이별하지 못하고 질척거리던 마음은
사실은 상대가 남긴 부채가 아닌 스스로의 미련이었음을,
고통을 제대로 겪고 충분히 아파하며
미련 없이 툭 털어낸 후에야 사랑도 다시 시작됨을
소설을 읽으며 깨닫는다.

어떤 이별이 좋은 이별일까?
어떻게 헤어져야 뒤엉킨 감정들이 정리가 될까?
감정의 맺고 끊음의 마침표를 찍기 어려운 이들에게
이유리 작가의 명랑한 이별법을 전한다.

경쾌하게 퐁, 다시 평온을 되찾으라고 말이다.

"이 글은 민음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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