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전찬민 지음 / 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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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키워본 적은 없지만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키워본 이들이 말하길,

고양이에게는 사생활이 있다고 한다.

무언가 내가 돌보고 살펴야 할 것 같은 동물에게

주인(집사)와는 또 다른 별개의 생활이 있다니

고양이의 시선에서 그들의 하루와 인생은 어떨지

궁금해지곤 한다.


넓은 우주, 지구라는 행성 안의 한 생명체에 해당하는

우리의 모습 역시 먼지 한 톨처럼 미미하지만

각자에게는 진한 의미와 흐름이 있듯이

한 송이 꽃과 나무, 늘어지게 자고 있는 고양이 등도

다 각자의 속도와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일상을 보내고 있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이렇게 들여다보는 일이 얼마나 될까 싶다.

'인간극장'이나 '나는 자연인이다' '다큐 3일' 등

관찰 프로그램을 통해서 보는 타인은

때로는 나와 비슷하고 때로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인생'이라는 시계가 이토록 다양한 시간을

가졌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에 만나본 에세이는 그런 점에서

나와는 다른 일상을 보내는 이의 이야기를 좀 더

세밀한 개인의 감정을 통해 만나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


도쿄 생활 20년 차를 앞두고 있는 작가는

일본에서 생활하며 보내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평탄치 않았던 부모님과 어린 시절,

도망치듯 떠나왔던 한국을 뒤로하고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허전함과 외로움을 품고

낯선 타국에서의 적응을 이어가고 있었다.

생각이 많아 복잡했던 마음은

수시로 그녀를 누워있게 만들었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으면 다시 일어나 우다다 달렸다.


인생의 시계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듯

갑작스럽게 마주한 결혼과 임신, 육아 앞에서도

'처음'이라는 낯섦 앞에서 흔들리곤 했다.

일하는 엄마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아이들에게 생기는 미안함,

그러면서도 잘하고 싶었던 마음은

과거 어린 시절 자신에 대한 보살핌이자

받고 싶었던 애정에 대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타인에게 속을 터놓지 않은 그녀의 모습이

'이런 게 일본스러운 영향인가' 싶어서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다가도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 덤덤하게 털어놓는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는 그 누구보다도 솔직해서

양면의 감정이 모두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게 바로 타인의 사생활일까.

밑바닥까지 속까지 다 드러내어 보여주어도

혹은 꽁꽁 숨겨내어 감추어도

그저 지켜보고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조용히 응원을 더하는 것이 전부이니 말이다.

그녀는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리고 이어 나간다.

정해진 정답이라는 게 없는 인생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느긋하게

또 자신만의 우선순위대로 한 발짝 씩 확실하게 말이다.


하루 종일 분주한 자신만의 사생활을 가진 고양이처럼

그녀는 대체로 누워있다가 또 우다다 달리다가,

자신만의 발걸음을 옮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오늘 치 보람을 채워나가는

성실한 도쿄의 천천히 고양이.


타인의 인생을 함부로 저울질할 수 없듯,

우리는 책을 통해 만나는 그녀의 일상을 통해

낯선 풍경의 아름다운과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대리만족할 뿐이다.

나의 모습도 나의 일상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적당한 거리감으로 보이고 있겠지.

그런 일상들이 가득한 인생들이 쌓여서

이 지구가 되고 우주가 되고 그런 게 인생이겠지라는

아련함을 느낀다.


시작은 쓸쓸함과 막막함, 안타까움이었다면

뒤로 갈수록 진한 진심이 느껴져서

그녀의 도쿄 라이프를 이내 곱씹게 했다.


가족의 의미,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시간,

다시 일어나서 달릴 힘까지

가득히 얻을 수 있었던 따뜻한 시간이었다.


"이 글은 달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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