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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능동적
노연경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1월
평점 :

코로나 시대를 지나고 다시 찾은 일상에서
이전과 달라진 가장 큰 점을 찾으라면
'행복의 역치가 낮아진 것'이다.
워낙 사소한 것에 쉬이 반응하고,
누구보다도 감성적이라 자부하는 나이기에
그동안 안되던 것이 허가가 되고
그런 것이 일탈처럼 느껴지기 시작하자
마치 굉장한 행운을 얻은 듯
즐겁기 그지없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5》의 키워드 중 하나인
'아보하'를 보면서도 "어머! 내 얘기야" 할 정도였는데,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고 무탈하고 안온한 일상에서
감사를 느끼는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무료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단단한 힘이 되어주었다.
아보하의 연결선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성격은 어쩌면 정 반대이지만 성향은 비슷한
나와 일란성쌍둥이인 동생은 우리의 이런 포인트를 살려
<행복한 세상의 족제비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행복한 세상의 족제비라는 애니메이션의 제목에서
모티브를 따온 우리의 이 단체는
공인된 것도 어떤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단체라기엔 그저 둘뿐이지만
사소한 작은 기쁨에 감사하며
무탈한 하루를 행복으로 채우며
'이만하면 만족스럽다'라는
삶의 모토를 이끌어 오고 있다.
그만큼 행복에 진심이고, 행복의 역치를 낮추어
최대한 잦은 행복을 느끼고자 하는 내가 만난
행복에 관한 책이 있다.
나만큼이나 사소한 행복에 이토록 진심인
노연경 작가가 쓴 《행복은 능동적》이다.
20대의 나이에 맞이한 결혼과 이혼
그리고 학창 시절 내내 가지고 있었던 섭식장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쌍둥이에게서 느껴지는 비교 등
자신에게 주어지는 불안 앞에서
작가는 능동적 행복을 얘기한다.
우리는 흔히 행복이라고 하면 어떤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것,
행운이라는 것을 행복으로 오해하거나
누가 보기에도 부러운 상황이나 조건 등을
행복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작가는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저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하다고 믿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는데
내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려는
에너지처럼 느껴졌다면서
행복은 능동적이라고 말한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지만 가수가 될 실력은 아니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오래 그릴 수는 없다.
자신의 애매한 재능 앞에서
작가는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지? 하고
혼란스러워하다가
무언가 되려는 생각을 버리고
'나 자신'이 되고자 했다.
조급해 할 것이 없이 이미 모든 것은
다 내 안에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하기로 한다.
그렇게 쌓여온 글쓰기는 그녀에게 첫 책으로 다가왔고,
자신의 첫 책인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가져온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라고 생각하면
거창하고 대단한 것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굉장히 일상적이고
사소하며 별것 아닌 것에서 시작되곤 한다.
주차장에 놓인 인형,
집 앞에서 발견한 허름한 책방,
마트에서 우연히 읽은 글귀,
아빠가 사다 둔 맥주 등
별것도 아닌 귀엽고 하잖은 것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더 많이 감상하고 감명하자고 작가는 말한다.
불안이 나를 잠식해도,
나를 뒤덮을 것 같은 파도 앞에서도
사소한 감상과 감명으로
오늘의 행복을 찾으며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는 능동적 행복이 아닐까?
미래가 불안하고 두려울 때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
주어지는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그저 주어지는 작은 행복들을 취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또 하루를 살아내는
힘을 얻어 가는 모습은
'커다랗지 않아도 돼, 행복은 믿는 만큼 주어지는 거야'
라는 깨달음에 이르게 한다.
불행해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행복하고 싶다고 하면서
우리는 행복을 너무 멀고 크게만 생각하며
행복과의 격차를 이만큼 벌리고 쫓기 바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는 아주 작은 행복의 조각을 발견해
행복을 채워나갈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그래서 모두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토록 진지하고
그러면서도 가볍고 친근하게 생각한 이가 있을까?
작가의 솔직한 얘기들을 통해
내가 찾아온, 내가 바라온 행복의 역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이 글은 필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