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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택배
히이라기 사나카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4년 9월
평점 :

택배가 활성화된 요즘
주문한 물건이 도착했다는 연락만큼
예상치 못한 선물이 왔을 때는
그 기쁨은 배가 되곤 한다.
무슨 물건인지 알지 못한 채 열어보는 과정은
선물한 사람이 나를 생각하며
시간을 할애하고 마음을 담았다는 점에서
더욱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그런데 만약 받게 되는 택배가
이미 세상을 떠난 죽은 이가 보낸
유품이 담겨있다면 어떨까?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보고 싶으면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아쉬움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그 사람이 생전에 나를 위해
맡겨놓은 물건이 있다면 어떤 마음으로 받아보게 될지
정말 그 마음이 상상만으로도 뭉클해진다.
천국택배가 있다.
원하는 대상과 장소, 원하는 물건을 맡기면
약속한 날짜에 원하는 대상에게
그 물건을 어떻게 해서든 전달을 해준다.
강 저편과 이쪽으로 나뉜
생과 사의 경계를 뛰어넘어
소중한 이에게 전하고픈 마음을 담은 물건을
전해주는 택배회사이다.
가벼운 미스터리부터 일상을 그린 따뜻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히이라기 사나카가 쓴 《천국에서 온 택배》는
세상을 떠난 이가 전하고픈 마음까지 배달해 주는
천국택배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일본에서는 3펀까지 출간되며 새로운 시리즈 소설로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번에 만나보게 된 작품은
이 천국택배의 첫 번째 이야기로
메마른 감정에 단비 같은 감동으로 다가오는
따뜻한 힐링 소설이었다.
생과 사라는 갈림길은 정해져있지 않고
어느 날 어떻게 다가올지 모른다.
갑작스러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날 수도
사고로 인해 회복이 어려워서 떠날 수도
또 불치병으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다가
조용히 주변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
오랜 기간 연락이 끊겼다가 우연히 닿은 연락이
마지막 부고인 경우도 있고 말이다.
천국택배의 배달원 나나호시는
각기 사연을 가진 의뢰인의 물품을
대상자에게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무언가 녹음된 녹음테이프이기도 하고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게임 기계도 있다.
어렸을 때의 장난스러운 숨바꼭질 같았던 편지,
무언가 미션을 지니고 준비물이 필요한
여러 명에게 보낸 편지도 있고 말이다.
각 사연을 가진 의뢰인들은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자신의 인생의 끝에서
세상을 떠난 자신을 알게 된 소중한 이를 위해
그를 위한 마음을 준비한 것이다.
무너지고 어긋나고 실망하고 무심했던 마음들은
의뢰인들이 남긴 편지, 물건들과 함께
택배 수령인에게 다가가
그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진짜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왜 사람은 떠나고 엇갈린 후에야
비로소 이렇게 진심이 가닿는 걸까?
안타깝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지금 내 곁에 있는 이들에게 한껏 진심을 마음 가득히
표현하며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내가 맞이했던 이별은 고작해야
이사나 전학으로 인한 친구들 선생님과의 이별,
먼 친척의 작고 소식이었다.
직접 와닿는 슬픈 이별이 없었기에
남긴 이가 준 '추억'이라는 선물에 대해서도
미미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고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이가 세상을 떠나고
곁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직접 겪어보니
'추억'이 가진 단단한 힘에 대해서
전과는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남아있는 이들은 떠난 이가 남겨놓은 추억을
야금야금 파먹으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당시에는 별 큰 의미가 아니었던 것 같았던
어떤 행동이나 말들은 남아있는 이가
어쩌면 평생을 살아갈 가장 큰 힘으로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
그 추억이 가진 힘을 이제 나는 믿고 있다.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없고
언젠가는 정해진 운명이 다 한다면 떠나가게 될 텐데,
남아있는 이들을 위해서 내가 남기고픈
나의 유품은 무엇인지, 누구에게 주고 싶은지
그리고 내가 함께 만들고픈 추억은 무엇인지
순간순간을 다시 곱씹는 시간도 되었다.
하루가 멀다가고 나를 찾아오는 택배 속
가장 의미 있는 택배가 되어줄 단 하나의 추억!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추억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모모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