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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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의 기술〉,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비롯해

〈말하기를 말하기〉, 〈금빛종소리〉 등을 쓰며

책읽아웃이라는 도서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걸로

잘 알려진 김하나 작가와 작품을 좋아한다.

내가 블로그에 읽은 책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카테고리명으로 '책읽아웃'을 사용하는 것도

이 표현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


여러 책들을 통해서 김하나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녀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많은 그녀의 책들 중에서도 주변인들에게

많이 추천하고 또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 중 하나는

바로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공저한

〈빅토리노트〉 이다.


김하나 작가가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 리스트에서

언급을 했던 것으로, 출간 전에도 검색을 해보며

'대체 빅토리노트가 뭐지?' 하며 궁금해하던 찰나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출간된 단행본 형태의 이 작품은

그녀가 태어나면서부터 5세가 될 때까지

엄마인 이옥선 여사가 써 내려간 육아일기였던 것이다.

노트의 이름이 '빅토리 노트'여서 자연스레

책의 이름도 빅토리 노트가 되었고

그녀 오빠의 노트는 '유니언 노트'라는 이름!


자녀의 성장과정을 따라

그날그날의 추억과 사랑을 담아낸 엄마의 흔적은

오랜 시간이 지나 다 자란 자식들에게

인생에 힘든 고비나 고민이 있을 때

'너는 이만큼 소중한 존재'라며 무엇보다 큰 힘을 주었다.


빅토리 노트를 출간하며 그때의 일기에 대한 코멘트와

여기저기 기고했었던 글들을 함께 실었던

이옥선 여사는 '빅토리 노트' 출간 후 북토크를 다니며

다시는 나무를 베어 종이를 만들어 책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출판사와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권유에 못 이겨

또 '한 약속은 지킨다'라는 마음에 시작한 책을 쓰다 보니

어느새 쓰고 싶은 말이 많아져

'내가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을 하다가

결혼 이후에 자연스럽게 그만두고 전업주부로의

삶을 살아오게 되었는데

글과 문학에 대한 조예만큼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이 깊었고,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고 해야 할지

김하나 작가의 그 탄탄한 필력은 아무래도

엄마 아빠에게서 고스란히 이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고하신 김하나 작가의 아버지는 시인이셨다.)


작가는 성인이 되어 독립한 자식들,

또 남편을 떠나보내고 비로소 '혼자'의 삶이 되면서

자유의 몸이 된 자신의 시간을 만끽하며

즐거운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시간을 묘사했다.

할머니, 노인이라 부를 수 있는 나이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며

자유로이 지내는 시간을 가지는 모습은

정말 너무나도 멋지고

'나도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일본 작가 중 소노 아야코나 사노요코를 좋아하는데,

지긋한 나이의 작가가 전하는 이런

'살아볼 만큼 다 살아본 이가 전하는

위트 있는 가르침'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번에 〈즐거운 어른〉을 읽으면서도

그런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아직은 우리 엄마보다는 좀 더 선배 나이인 작가였는데,

우리 엄마도 나이가 좀 더 들어서

이렇게 나이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나 자신을 제대로 알며

인생의 골든에이지를 살아가는 모습은

이런 게 인생의 성공이자 행복이 아닐까라는

막연한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이름 석 자로 돌아간 시간을

누구보다도 즐겁게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에서

즐거움과 행복, 이상향까지 발견한 기분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전작인 〈빅토리노트〉에서는

육아일기 속 삼십 대 젊은 엄마의 시선에서

쓰인 글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더 많은 시간이 지난

70대의 인생에는 더 많은 굴곡과 즐거움이

담겨 있음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장맛이 깊어지듯,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도

무릇 시간의 흐름이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게 아닐까?

나의 인생에도 깊은 시간이 맛이 더해져서

내공이 쌓여지기를 차분히 기다려본다.


"이 글은 이야기장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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