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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트 베어스 - 곰, 신화 속 동물에서 멸종우려종이 되기까지
글로리아 디키 지음, 방수연 옮김 / 알레 / 2024년 8월
평점 :

지구온난화를 넘어 기후 위기 시대가 되면서
인간들이 사는 환경에도 변화가 커졌다.
열대야가 연일 이어지며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폭우로 인해 도시가 물에 잠기고 농사를 망치는 등
우리 삶에 코앞으로 다가온 이 현실을 겪으며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지구에서 가장 최상위 포식자라 할 수 있는
인간이 마주한 현실이 이 정도인데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그 위기가 얼마나 더 크게 다가갈지
짐작만으로는 현실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기후 위기 앞에 마주한 동물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녹아가는 빙하 속에서
먹이를 먹지 못해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 간 '북극곰'이다.
북극곰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잘 알려지기도 했고 먼 극지방, 꽁꽁 얼고 추운
이곳에서도 지구온난화의 여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북극곰의 모습에서 미안함과 슬픔,
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북극곰 외에도
멸종 위기에 처한 곰들이 있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곰의 종류가
몇 종류나 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머릿속에 그려지는 곰들을 떠올리면
우리가 '곰'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종들은
동물원에서 본, TV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본
한정된 종의 한정된 장소에 있는 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군신화에서 사람이 되기 위해 쑥과 마늘을 먹던,
만화 영화 속에서 익살스러운 친구 같던,
언제나 곁에 두고 있는 포근한 인형의 이미지로
남아있는 곰들은 신화 속에서 내려오고
인간이 만들어낸 가공적인 모습으로
현실의 곰과는 거리가 있었다.
현재 지구상에 남아있는
곰은 여덟 종이 있다고 한다.
안경 곰, 느림보 곰, 대왕 판다, 반달가슴곰,
태양 곰, 미국 흑곰, 불곰, 북극곰
저자는 이 멸종 위기에 처한
여덟곰의 발자취를 따라
인도와 중국, 베트남을 넘어
미국과 캐나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터전을 살펴보며
멸종 위기에 처한 곰들의 현실을 알림과 동시에
지구에 공존하는 생명체로서
우리가 해야 할 몫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들 곰들은 각기 다른 종이자
사는 지역도 다르고 습성과 모습도 다르지만
파괴되는 환경 속에서
'곤경에 빠져있다'라는 공통점이 있다.
각기 다른 종들이 가진 특징을 비롯해
산과 숲속 깊숙이 살던 이들이
점차 인간이 사는 지역과 가까워지며
문제를 일으키기도, 피해를 당하기도 하며
종 자체의 존재 위기에 처해있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신화 속에서 등장할 만큼 가치 있는
또 그만큼 사랑을 받고 있던 이들이
어째서 인간들과 부딪치게 됐는지,
또 인간 사회의 변화가 이들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며
단순히 '기후 이상' '환경파괴'를 넘어
인간이 만들어 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에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으로서
이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남아메리카에 거주하는 안경곰은
운무림에 거주하고 있다.
세기말이면 5도 상승하리라고
예상되는 기온 속에서
이미 고지대에 살고 있는 곰들은
더는 갈 곳이 없어진다.
습한 저지대를 이용하는 이들이
주로 섭취하고 거주하는 이 서식지를
잃게 된다면 이들의 내일 또한 없을 것이다.
길을 내기 위해 베어지는 나무들,
이렇게 만들어진 길은 외떨어진 생태계에서
외부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들은 그 길에서
밀렵과 밀거래에 노출되곤 한다.
또한 길이 숲을 조각내면서
야생동물들을 교란된 가장자리를 따라 살게 하고
연결성을 끊으며 동물들의 유전적 건강이
해쳐지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일이다.
이렇게 인간 사회와 가까워진 곰들이
사람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사고 속에서
누군가는 피해를 입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며
곰 자체에 대한 복수심이나 배척으로
비뚤어질 수도 있다.
서식지 손실을 해결하지 못하고
사고를 일으키는 곰들을 죽이기만 한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개체 수만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식인 동물이 아닌 곰이 인간을 공격하는 데에는
어떤 원인이 있을까?
이런 공격성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늘어나는 인구로 공존할 수 없는 종들은
좁은 숲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고,
서로 거주지가 겹치지 않았던 종들은
서로 충돌을 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다다르면서 이 문제는 동물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이어지는 문제로 제기된다.
중국의 대왕판다처럼
종 유지를 위해 인공 포육 및 인공수정 등
보호를 위한 경우도 있지만,
이들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와 보전도 좋지만
사는 서식지와 산림을 보호함으로써
이들이 알아서 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대왕판다 부분은 읽으면서는
친선외교라고 일컬으며 임대하여
에버랜드에서 키우며 자연번식 성공 후
다시 중국으로 돌아간 판다 '푸바오'를 떠올렸다.
푸바오가 있는 환경과 돌보는 방식에 대한
많은 팬들의 관심과 염려는 판다에게
더 많고 편한 거리를 제공하라고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인간의 손이 탄 장소에서 살아가는
지금의 판다 보육 방식이
과연 종 유지라는 가치를 생각했을 때
가장 최우선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나조차 그것이 맞다고 확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동물은 자연에 있어야 하고, 자연 속에 있는
자연과 가장 비슷한 환경이라 하더라도
갇혀있고 막혀있는 곳은 그저 사육환경에 불과하다.
이들이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환경을
판다 외교로 벌어들인 돈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고유한 종을 보유한 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또한 비정상적으로 채취되어 판매하고 소비되는
웅담에 대한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동물농장이라는 이름 아래,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웅담 채취를 위해 키워지는
반달가슴곰과 태양곰의 이야기는
주로 아시아권에 해당되는 제도적인 개선과
이들 역시 한때는 야생 곰이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
곰 농장을 탈출해 도심 속을 누비다가
사살당한 곰들의 이야기는 멀지 않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 비정상적인 사육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를 원하는 소비자가 없어야
이를 채취하고 만드는 이들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는 기온이 올라가며
겨울잠을 자지 않는 곰이 등장하기도 하고,
이들의 터전이 사람들과 가까워지며
수많은 사고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캠핑장에서 마주한 곰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한 얘기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멸종 위기에 처한 이들 곰들의 적정 개체 수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무엇이 옳은가?라는 고민은 계속되기도 했다.
극지방에 사는 북극곰들이
점점 터전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다른 종들은
환경 변화, 개발 등으로 인하여
이들이 사는 터전이 파헤쳐 지고
직접 인간과 마주하는 문제가 있다면
북극곰이 위기에 처한 것은
인간 위주의 지리적 편향 때문이다.
우리가 얼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을
신경 쓰지 않고 지구 대기에
온실가스를 끊임없이 내보내는 동안,
녹아가는 북극은 저 멀리 뒷전으로 밀려나버렸고
그곳을 터전으로 하고 있는 북극곰은
자연스레 종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비효과'라고 해야 할지,
인간이 지구를 누리며 살아가는 수많은 시간 속
편리함을 주었던 발전과 변화는
지구 곳곳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종들에게는
멸종 위기에 다다를 정도로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은 존재 자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이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써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으로 다가왔다.
사라져도 마땅한 곰은 없다.
신화 속에서 영화나 만화 속에서
혹은 늘 품고 있는 인형 등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가까이에 하고 있고 친근하게 생각해 온
이 종이 처한 위기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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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알레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