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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의 아줌마 - 사노 요코 10주기 기념 작품집
사노 요코 지음, 엄혜숙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024년 6월
평점 :

생전에 다양한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가
사노 요코 사후 10주년 작품집이 나왔다.
1938년 생으로 우리 할머니 뻘의 나이인 그녀는
그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지금의 세대들이 읽기에도
재미있고 공감이 가는 글들을 써 내려갔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흥미 있게 읽은 책은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추억이 뭐라고》, 《친구가 뭐라고》,
《그래도 괜찮아》, 《이것 좋아 저것 싫어》,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등 그녀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마음에 들어왔다.
그녀와 그녀의 작품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고
번역본을 통해 만나는지라 그 시차 때문인지
그녀를 알게 된 이후에도 꾸준히 해마다
새로운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마치 아직도 여전히 어디선가 글을 쓰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2010년 사망 이후 벌써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사후 10주년 작품집으로 나온 이번 책은
그동안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았던
동화, 에세이, 희곡을 비롯해
직접 쓰고 그려내려 간 복장 변천사를 비롯해
남편과의 사랑에 대한 얘기까지 담은
사노 요코의 미공개 종합작품집이었는데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함께
그동안 읽어봤던 작품들과는 조금 색다른 느낌으로
사노 요코를 만날 수 있었다.
사노 요코의 책은 주로 에세이만 읽었던지라
그녀가 동화나 희곡을 쓰기도 했다는 것은
어렴풋이 책들을 통해서 알기는 했지만
직접 읽을 기회는 별로 없었다.
동화를 시작으로 짧은 이야기
그리고 직접 그린 자신의 복장 변천사를 비롯해
어렸을 때부터 한참 대학에 다니던 시절의
에세이를 포함해 처음 읽는 희곡까지
다채롭게 채워져 있어서
사노 요코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일본이 아닌 베이징에서 태어나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자라며 느꼈던 감정들,
전쟁을 겪고 어렵게 자라난 어린 시절을 비롯해
세상을 떠난 오빠와의 추억
학창 시절의 기억 등 세월이라는 무엇보다 좋은
힘을 가진 사노 요코의 이야기는
장르를 넘나들며 모두에게 '공감'과 '이해'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사노 요코를 몰랐던 이들에게는
사노 요코의 다양한 장르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기회로,
사노 요코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그동안 읽은 적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으로
만날 수 있는 작품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