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실, 외갓집 가는 길 - 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 발간 기금 사업 선정
김경순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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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외갓집이야 시골의 느낌이 아닌

어느 도시의 아파트나 멀끔한 주택이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외갓집 = 할머니 집으로 일컬어지는 곳은

"시골"이라 불릴법한 그런 이미지였다.


컴퓨터나 인터넷, 다양한 TV프로그램 없이

기껏해야 공중파 채널만 나오는 작은 TV에

푸릇한 풀이 가득한 풍경이 있는

소담한 마을은 심심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시끌시끌했고 누구나 함께 어울렸으며

열심히 뛰어놀며 집에서는 허가되지 않는

많은 것들이 "그래~ 하고 싶은 데로 해"라는

무한한 동의와 함께 펼쳐지는 마법 같은 공간이었다.


그런 할머니의 집에서 보냈던 방학이나 명절날의

기억은 잊은 듯 지내다가도 이따금씩 불쑥 떠올라

'아련한 그리움'을 선사하곤 했는데,

지금의 나와 비슷한 나이는 아니고 부모님 나이대와

오히려 가깝지만 작가가 전하는 고향에 대한

추억 어린 이야기들은 그때의 할머니 댁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흐느실, 외갓집 가는 길》이다.


충북 음성에서 4남매의 막내로

나고 자란 작가는,

2008년 월간문학 수필로 등단해

다양한 문인 협회 및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랜 시간 글쓰기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책을 통해서 나고 자란 '음성'에 있는

추억이 어린 다양한 장소들에 대한 소개와

음성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풍경,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꽉 채웠다.


음성하면 떠오르는 건

대학교 OT 때 갔었던 꽃동네와

특산품인 고추이다.

잘 알려진 지역축제 중 하나인

품바축제가 음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고추의 고장, 꽃동네가 있는 지역이라는

이미지만 있던 이곳, 음성이라는 곳에 얽힌

여러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이웃의 고향에 대한 소개를 받는 것 같아

따스한 마음이 들었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오래된 가게들 중에서는

여전히 성업을 하고 있는 곳들도 있어서

지도 내에서 등록된 정보와 사진을 찾아보며

매칭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취업을 했다가

2년 만에 다시 음성으로 돌아왔다는 작가의 말처럼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은 그 어떤 것보다도

큰 힘과 지지대가 되어주는 것 같다.

'돌아갈 곳이 있다' '나를 기다리는 집이 있다'라는

안락함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는

비로소 나이가 들고 사회의 맛을 겪어봐야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인 것 같다.


한 지역에서 쭈욱 나고 자란 나 역시

비롯 몇 번의 이사를 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주는 안정감에

어딘가 나갔다가 돌아올 때면

내 고향 이름이 있는 표지판만 봐도

안도감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어린 시절 일탈을 즐길 수 있던 공간이었던

외갓집 동네, 할머니의 작은 집.

시간이 지나 그 공간이 이제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고 나니 더욱 그리워진다.

이제는 우리의 추억 속에 기억 속에

공유하고 있는 이야기의 퍼즐을 맞춰야만

아련하게 존재할 수 있는 그 공간이

작가처럼 한 권의 책으로 담길 수 있다면

나와 형제들에게도 또 엄마에게도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게도

더욱 의미 있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정수리가 후끈거리게 뜨거웠던

여름 태양빛을 맞으며 뛰고 웃고 놀고

그러다가 뭐든 다 된다고 하는

할머니의 기세를 등에 입고 작은 황제처럼 굴었던

그 시간이 그리워진다.

외갓집 가는 길, 그 시간이

지금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때로는 불편한 부분도 싫은 때도 있었지만

그 불편함마저도 몽글몽글 그리워진다.


"이 글은 바른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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