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보물들 - 이해인 단상집
이해인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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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수녀라는 어떤 특징 외에도
시인으로서 쓴 다양한 작품으로도
이해인 수녀님의 이름을 익히 알고 있다.
이해인 수녀님에 대해서 알게 된 건
고등학생이던 시절 나의 과외선생님이자
언니의 친구였던 별명마저 '수녀님'인
J 언니를 통해서였다.

대학생이던 J 언니는 과외지도를 해주기 위해 오는 동안
버스 안에서도 책을 읽을 정도로 책을 정말 좋아했는데,
그런 언니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수녀님.
어느 날 한 손에 쥐어진 책을 보며
"무슨 책 읽으세요?"라는 질문에
책과 함께 이해인 수녀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제법 시간의 흐름이 지나고,
우리 가족에게 힘든 시간이 찾아왔을 때 J 언니는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도 해주고 책 선물도 해주었는데 그때도 건넨 것도 이해인 수녀님의 책이었다.

그 뒤로 여러 매체를 통해서 수녀님의 소식을 간간이 보다
이번에 오랜만에 수녀원 입회 60주년을 맞이해 낸
신작을 읽을 수 있었는데, 바로 《소중한 보물들》이다.
이해인 수녀님은 현재 부산에 있는 수녀원에서
'해인 글방'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만난 사람들과 추억이 담긴 물건들,
또 시와 일기를 모아 이 책을 엮었다.

순간순간을 보물로 만들며 살고 싶은
수도자의 바람을 담았다는 말처럼
소박하지만 그 어떤 보물 / 보석보다 아름다운
공간, 꽃 같은 식물, 수도자로서의 생활을 하며
마주한 풍경을 비롯해 생활 속 작은 물건들,
추억이 담긴 편지와 소품까지 가득 담아 채운 이 책은
그 어여쁜 모습이 담긴 사진까지 더해져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수도 생활을 하는 수녀님이 쓴 글이라 해서
자칫 종교적인 색이 강해 종교가 없는 나에게
지루하거나 맞지 않다고 느끼지 않을까 조금 염려했는데,
수녀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마주한 삶의 조각들은
아름다운 단편으로 아로새겨 있었다.

이런저런 자극들, 취할 거리가 많아서인지
소박하거나 사소한 것에는 익숙해져서 어떤 감정을
느끼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빛나는 기쁨과 순간을
잡을 수 있는 눈과 마음이 이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도 배우고 싶은 점이었다.

떨어진 솔방울 하나,
어머니가 사용하던 골무,
선물 받은 하트 모양 시계를 비롯해
순간순간 소중함이 그득 깃든
수녀님의 보물들을 보고 나니
나에게 소중한 보물들은 무엇이지? 하고
순간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글방을 방문한 손님들이 남긴 방명록을 비롯해
사형수가 보낸 그림과 편지,
수녀원에 입회하고 시간의 흐름만큼 깊어져가는
어머니의 편지 속 사랑까지
'사람'이라는 가장 뜨거운 보물을 가지고 있고
그 받은 기쁨을 타인에게 나누고자 하는
수녀님의 마음까지도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던지고
또 자신의 보물을 기꺼이 내어주는 이 책은
도파민 중독에 빠진 이들에게
담백하면서도 소박한 보물 상자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수녀원 입회 후 60년이라는 시간,
그 긴 시간 동안 쌓아진 한 사람의 내공이
이토록 진한 깊이로 다가오고 있구나 체감하며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잡고 기록할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글은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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