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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유성처럼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운명이었다
미나토 쇼 지음, 황누리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7월
평점 :

큰 사고를 겪으며 인생의 방향이 원래 가던 길에서
이만큼 틀어질 때가 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며
누군가는 전보다 더 의지를 다지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사고의 상처는 치료되어도 마음에 남은
트라우마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기도 하고 말이다.
전도유망한 스노우보드 선수로 올림픽에서 메달도 따며
주목받는 삶을 살았던 무로사키 토우야,
경기 도중 부상을 입고, 상처는 치료되었지만
사고의 트라우마로 다시 하프파이프에 서지 못하고
그저 맛집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따라 꾸역꾸역
식사를 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즐겨보는 맛집 소개 블로그에서 본
식당을 여느 때처럼 방문했는데 세 번이나 식당에서
마주한 소녀 사키마루 리이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같은 블로그를 우연히 보게 된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리이는 바로 토우야가 즐겨보는
맛집 소개 블로그의 주인이었던 것!
이런 우연도 잠시, 리이는 토우야에게
자신이 '여명백식'이라는 불치병에 걸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라며,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끼니를 함께 할
여행 동반자가 되어달라고 요청하는데,
'백 끼의 식사를 마치면 잠에 빠진 듯 죽는다'라는
여명백식이라는 병과 또 그렇게 다가올 죽음 앞에서도
두려워하거나 주저함이 없이, 주어진 끼니를 즐기고
맛있는 식사에 감사하는 리이를 토우야는
'거짓말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도 조금 있고,
사고 이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에게는 없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비밀을 파헤치고자
그녀와의 맛집 여행에 동행하게 된다.
2018년 소설 콘테스트에서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는
청춘, 로맨스, 여성향 판타지 성격을 띠는
라이트노벨이 주력 장르이다.
'죽음'이라는 장벽 앞에선 두 청춘의 감성 로맨스를 담은
이번 작품은 제12회 포플럿 소설신인상을
퓨어풀 부문에서 수상하며 문예 작가로서의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여명백식' 이라는 불치병의 설정과 더불어
죽음을 앞두고도 남겨진 끼니를 맛있는 음식으로
채우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리이의 모습이
굉장히 청춘답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리이와 토우야가 가는 맛집 여행을 따라가며
둘과 함께 다양한 음식의 맛을
음미하는 재미도 있었는데,
불치병이라기엔 큰 증상도,
마음적 동요도 없어 보이는 리이의 모습을 보며
의심을 하던 토우야가 함께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가고
담당 의사를 만나며,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걱정하며 커지는 마음이
어쩌면 당연한 흐름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넘어야만 하는 벽을 지닌 토우야,
정해진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리이
그들에게는 어떤 삶의 목표나 목적보다도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해져 있었다.
서로에 대해 알게 될수록 커져가는 마음
그리고 서로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어가면서
이제는 각자의 운명이 아닌,
서로의 운명까지 고민하는 시간이 다가오는데
과연 백 번의 식사가 끝난 후 맞이하게 될
리이의 마지막에는 반전이라는 운명이 있을까?
부상 이후 스노우보드 선수로서의 삶을 포기했던
토우야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그들의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정신없이 내달렸던 소설이었다.
주인공들만큼이나 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소설 속 떨어지는 유성 속에
'기적'을 바랐다.
바꿀 수 있는지가 달린 운명이 아닌,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운명이었음을 깨닫게 해준
청량함이 가득했던 여름밤 같은 작품이었다.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화 작업으로
이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다.
긴 제목만큼이나 여운이 길었던
《네가 유성처럼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운명이었다》
감성 넘치는 로맨스 소설을 읽고 싶다면
강추하는 작품이다.
"이 글은 필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