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개업
담자연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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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운명이 있다'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인연,

가족이나 친구를 비롯해 여러 관계들 사이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운명'이 있기에

이렇게 엮이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랄까


특정 종교적인 해석이 아니더라도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처럼

나와 함께하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 역시

좋든 싫든 그 '인연'으로 엮여 있고

지금의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운명공동체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승과 저승 사이, 모래 밭 사이에 위치한 작은 국숫집.

무뚝뚝하고 차가운 듯 보이는 '제 사장'이라는

주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불기 전에 얼른 먹어'라며

들어오는 손님에게 따끈한 국수를 내어준다.

새빨간 구슬이 따끈한 육수에 풀어지며

그 국수를 먹은 이는 잊고 있던 방향을 찾은 듯

자신의 길을 찾아가게 되는데,

어느 날 이 공간에 나타난 '영채이'라는 소녀는

국숫집에 나타난 여느 손님들과 다르게

자신에게 할당된 '운명의 구슬'이 없고

이 국숫집에서 제 사장, 그리고 일을 도와주는

다미와 함께 머무르게 된다.


자신의 구슬이 나타나기 전까지,

제 사장이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내기까지

이 환승 세계 국숫집에서 일을 도우며

이곳에 방문하는 여러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 국숫집과 기억을 잃은 제 사장,

그리고 운명의 구슬을 찾는 채이까지

이들에게 얽힌 운명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글자를 이어 이야기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아

스스로 지은 '담자연'이라는 필명으로

이번 작품을 쓴 작가는, 도서관 사서가 되어

글자 곁에 머무르다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

주로 '매력적인 죽음'을 고민하고 쓴다는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이승과 저승, 그리고 그 사이

환승 세계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한 번쯤 상상해 보는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에서

사람들이 저승으로 이승으로 돌아가는

그 이야기를 담음으로써

진정한 삶의 의미, 그리고 작가가 추구하는

매력적인 죽음에 대해서 전하고 있다.


우연히 환승 세계에 머무르게 된 채이와

제 사장의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1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국숫집에서 채이가 일하게 되며

만나게 된 여러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은 2장,

이 중간 세계에서 머무르며 가지게 된 어떤 의문과

비밀, 운명에 대해서 다루는 3장,

마지막 서로가 엮인 운명의 이야기가 풀리며

마지막에 다다르는 4장까지

동양적인 배경의 판타지 소설은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사자가

이승에서의 삶을 끝내고 저승으로 가기 전

차를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이승에서의 기억을 지우고 저승으로 안내하는

과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누군가는 후회를 하고

누군가는 후련해 했으며

누군가는 남게 되는 소중한 인연을 걱정하기도 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국숫집 역시

이승에서 미처 털어놓지 못한 진심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바삐 사느라 놓쳤던 인생의 중요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해주었는데,

무뚝뚝하며 아무 기억도 없는 제 사장이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또 그들의 슬픔과 고통을 겪어가며

또 채이를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은

한 사람의 인생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닌

모두가 어우러지는 운명이라는 얘기를

해주는 것만 같았다.


환승 세계라는 접해보지 못한 공간에서

운명을 관장하는 국숫집이라니

색다른 재미와 함께

판타지적 요소가 굉장히 몽환적으로 느껴졌던

K-판타지 소설이었다.


운명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나와 함께 하는

인연들의 어떤 힘이 소설에서 말하는

'운명'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한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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