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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를 마중하러 왔어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7
박사랑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7월
평점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묘사할 수 있는 표현으로
이만한 것이 있을까?
아직 나도 나를 잘 모르겠고,
무얼 해야 하는지 무얼 잘 하는지도
그저 혼란스럽기만 한 나이.
반복되는 학교 - 학원 - 집 생활 속에서
'나'라는 존재 대신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나조차 나를 잘 모르겠다' 마음에
더욱 복잡한 때가 바로 사춘기이다.
18살의 평범한 고등학생인 주인공은
등교 지옥을 뚫고 겨우 도착한 교실에서
자신이 주번임을 알게 되고,
때마침 터진 대자연의 신호 앞에서
떨어진 컨디션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런데 오늘따라 누구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게 너무 이상하다, 마치 이름을 잃은 듯
주번, 12번 등으로 불리며
'내가 이렇게 존재감이 없었나' 섭섭해질 무렵
하필 떨어진 명찰 때문에
힘들게 얻어낸 조퇴길에 버스마저도 놓치게 된다.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 30분이라는 시간에
오늘은 정말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찰나
갑자기 느낌 어지러움과 함께
구멍 같은 곳에 발이 빠지고
눈을 떠보니 이상한 타이밍에 어딘가에서
새로이 태어났는데,
그곳은 바로 조선시대의 원주!
타임슬립이라기엔 어린 아기의 모습으로
새로이 태어나 너무 혼란스럽고
충돌이나 차원의 문도 열지 않았는데
다른 시공간으로 오게 된 건지 정말 모를 일이다.
과거의 기억은 또렷한데,
이상하게 이름 세 글자만 지우개로 지운 듯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혼란스러움도 잠시 어느덧 조선에서의 시간은
백모월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내가 9살이 되었고,
외출을 했다가 몸종인 연시와 함께 돌아온 집에서
엄청난 사건을 맞이하여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까지 가족 모두를
눈앞에서 잃게 되는데
집까지 불에 타버리고 '위험하다'라는 생각에
그길로 연시와 함께 손을 잡고 도망친 모월!
이름도 잃고, 미래에서 조선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모월은
이제 조선에서 자신의 가족에게 벌어진
비밀까지 파헤쳐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다.
미래의 기억을 가진 주인공이
과거의 조선에서 마주한 현실에는
역병과 기묘한 살인사건,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현청루의 당주까지
과연 주인공은 비밀을 풀어가고,
자신이 있던 현재로 돌아올 수 있을까?
2012년 단편소설 《이야기 속으로》와
《어제의 콘스탄체》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조선시대로 타임슬립을 한 고등학생의
본격 추리활극을 《안녕, 나를 마중하러 왔어》에 담았다.
장편소설 《우주를 담아줘》로 덕질라이프에 대한
내용을 담으며 십 대는 물론, 작가와 비슷한 나이대의
삼십 대까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했는데,
이번에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을 통해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본격 타임슬립
추리 활극으로 재미와 감동을 모두 전하고 있다.
타임슬립은 종종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요소이지만,
대부분의 소설에서는 지금의 모습 그대로
(과거에서도 등장하는 이가 굉장히 낯설고 이상한)
시공간만을 이동한 것으로 나오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조선시대에서 새로이 태어난다는
설정이 굉장히 독특했다.
나를 잃어버린 주인공이
새로이 또 다른 나로 태어난다는 점,
이름을 잃은 주인공이 다시 태어난 과거에서도
집안의 문제로 인해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다른 이름으로 비밀을 파헤쳐 가는 과정이
마치 평행우주에 있는 같은 존재처럼 겹쳐졌다.
과거의 조선이나, 미래의 대한민국에서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주인공의 여정은
어쩌면 처음부터 하나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미래의 자신처럼
무엇을 해야 할지, 무얼 잘하는지 모르는
주변의 다른 여성들에게 이름을 물어주며,
그들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해 주는 과정은
타인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의미를 찾아주는
해결사 같은 모습으로 굉장히 멋있었다.
어린 나이의 주인공이 자신이 처한 상황보다도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들여다봐주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이만큼 성장하는 과정임을 느낄 수 있었다.
청소년 소설인지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뿐더러
조선시대라는 배경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도
소설을 통해서 과거로 함께 여행을 하면서
색다른 배경 같은 우리나라의 매력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결국 다시 미래로 돌아온 주인공이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찾고,
나를 찾기 위해 오늘의 현재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스럽고 답답한 아이들에게
방향 표시 등 같은 느낌으로 다가갈 것만 같다.
소설을 읽으며 이름을 찾아 헤맸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오르기도 했다.
지극히 한국식으로 해석한
본격 타임슬립 소설의 즐거움을
모두가 함께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자음과모음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