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간식은 뭐로 하지 - 달달해서 좋은 만남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반니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밥과 밥 사이, 때로는 밥을 건너띄고 먹기도 하는

간식을 참 좋아한다.

무언가 색다른 즐거움이라고 해야 할까,

밥과 다른 느낌의 음식을 여유롭게 즐기는

그 시간이 입뿐만 아니라 기분적으로도

굉장히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지금이야 아침 간식부터 시작해서

점심 급식, 오후 간식까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원에서 먹는 음식이 여러 회차에 걸쳐

참 다양하기도 한데

내가 어렸을 때는 어린이집은 없고

고작해야 학교 가기 전 일 년 정도 유치원을 다녔다.

점심시간은 일주일에 한 번(수요일),

나머지 요일에는 점심을 먹기 전 수업이 끝났는데

매일 출출할 무렵 간단한 요깃거리가 나오는

'간식시간'이 얼마나 큰 즐거움이자

기다림으로 다가왔는지 모른다.


아침 일찍 수업을 시작해서

활동을 하다가 간식시간이 다가오면

선생님의 피아노 소리에 맞춰(물론 직접 연주하신다)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설레는 마음으로

모둠별로 모여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노래가 끝나고 눈을 감고 있으면 모둠별로 1명씩

선생님이 목걸이를 걸어 '간식 당번'을 정해주는데,

이 간식 당번은 선생님이 있는 앞쪽에 나와

간식을 타서는 모둠 아이들에게

하나씩 전달해 주는 그날의 임무가 주어진다.

아이들인지라 한 번에 한 명씩,

간식 당번이 주는 순서대로 간식을 받기 때문에

'뭔가 제일 먼저 받고 싶어' 라든가

'나 제일 큰 걸로 줘!' 하는 아우성이 나오기도 하는데

워낙 수줍을 많이 타기도 하고

친구가 많지 않았던 나는 늘 거의 끝에서 두 번째

혹은 마지막에 다다르는 경우가 많았다.


쌍둥이인 동생과 같은 모둠일 때는

서로 물어볼 것도 없이 제일 먼저

가장 크고 좋아 보이는(그래봐야 다 같은 간식)

간식을 제일 먼저 놓아주었고


지금은 소보로 빵이라 불리는 곰보빵은

빵 겉의 소보로만 먼저 떼어먹고

누더기가 된 남은 빵은 봉지에 담아

가방에 넣어서 싸가기도 하고

(당시 소보로 빵을 싫어해서 먹지 않았다고 하니,

엄마가 버리지 말고 싸오라고 간식표를 보고

비닐봉지를 넣어주심)

귤이 나오는 날에는 아이들 모두 손에 굴려 귤을 깐 다음

간식 쟁반 위에 귤을 한 조각씩 펼쳐놓은 뒤

'돈가스처럼 먹어야지' 하면서

썰어놓은 돈가스를 먹는 듯 귤을 먹기도 했었다.


대단한 간식은 아니지만

하루에 한 번씩 찾아오는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웠고

간식표는 미리 집에 보내는 안내문에 있을 텐데

(엄마가 미리 알려주지도 않은 데다가)

오늘 간식은 뭐지? 하면서

교실로 배달되는 간식 상자를 눈여겨보며

그날의 간식을 상상해 보는 게 너무 좋았다.


미혼 여성의 일상을 담은 만화와 에세이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마스다미리가

이번에는 본격 간식, 음식 이야기로 찾아왔다.

얼마 전 읽은 《런치의 시간》을 통해서는

코로나 시대를 보며, 점심 한 끼를 통해

하루의 행복을 담고 여행 대신 만끽하던

다양한 점심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이번에는 《오늘의 간식은 뭐로 하지》를 통해

그녀가 좋아하는 달콤하고 따스한

간식과 음식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연도별로 분류된 글은

그녀가 먹었던 간식에 얽힌 추억들에 대해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익숙한 때로는 새로운 간식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그 맛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나 책의 서문에 있었던

그녀가 직접 찍었던 간식들은

"꺄악" 하고 탄성을 자아내게 했는데

마스다미리 특유의 귀여운 그림까지 더해지니

더욱 특별한 간식 이야기로 다가왔던 것 같다.


지친 하루, 심난한 기분

때로는 기쁘거나 의미를 더하고 싶은 날

나에게 작은 행복을 선사하고 싶다면

'간식'보다 좋은 게 또 있을까?

마스다미리가 간식이라는 이름을 빌려 전하는

일상의 이야기는 대단하지 않아도

행복이란 이토록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자신만의 확고한 입맛을 드러내는

마스다미리의 간식 취향도

'어쩌면 조금은 나와 비슷한 면도 있네' 하고

즐겁게 간식처럼 읽을 수 있었던 그런 에세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