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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시메노 나기 지음, 박정임 옮김 / 놀 / 2024년 5월
평점 :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늘 마음에 품고 있다.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이라는
공간의 차이 앞에서 맞이하는 이별은
특히나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더욱 애닳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이별을 맞이한 존재와의 만남을
아련하게 상상하며 꿈을 꾸곤 한다.
이승에서의 시간을 다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넌 고양이 들이 도착하게 된 곳.
기존에 있었던 곳(이승)을 초록세계,
그들이 도착하게 된 곳(저승)을 파랑세계라
불리는데, 멀고 먼 곳이라 생각했던 그 곳은
그리 멀리 있지 않고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삶과 죽음의 차이로 갈려져 있다.
가까이에 있지만 이곳에 도착하고
첫 7개월 동안은 원래 있던 곳을 갈 수 없다.
만나고 싶은 주인(집사)와의 시간도 기다림이 필요한 법.
정식으로 이쪽 세계의 주민이 되기 위해서
고양이 들은 연수에 출석해야 하고,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있지만
추가로 필요한 간식이나 장난감 등 필요한 돈을
직접 마련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다.
고양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바로
'퐁'이라고 부르는 카페.
카페의 주인이자 파란세계의 고양이 말도 알아듣고
초록세계의 사람들과도 문제없이 소통하는
니지코는 카페에 있는 우편함을 통해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소원을 접수하고,
고양이들은 그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마음을 배달하는 역할을 하는 '마음배달부'로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카페 퐁의 우편함을 고양이 배달부들이
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크게 5가지의 이야기와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통해
고양이들의 이야기도 본격적으로 담고 있다.
이 작품을 쓴 시메노 나기의 경우
최근에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를
통해서 만나보았던 작가다.
그래픽디자이너이자 건축사,
거기다 실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도 카페를 등장시키며
자신의 카페 운영 경험담을 한껏
그 속에 녹여낸 느낌이었는데,
종전의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가
카페를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가던 공간이라면
《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퐁 카페라는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의 소망을 접수하고
이야기의 시작과 끝맺음을 맺는 의미를
가진 공간으로 조금 차이가 있었다.
퐁 카페를 방문한 사람들의 소망은 참 다양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나의 첫 개인전을 보여드리고 싶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떠난 아이를 만나고 싶다'
'헤어진 연인과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학창 시절 내게 상처를 준 선생님께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 싶다'
'나의 존재조차 잊어버린 엄마와 이야기 하고 싶다' 등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과의 만남을 바라는 이도
또 끊어진 인연과의 만남이나
제대로 나의 마음을 표헌하고 싶은 생각,
치매로 모든 걸 다 잊어버린 엄마에게
가까이 있으면서도 다가가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망을 담아 퐁 카페의 우편함에
메모를 남긴 것이다.
카페 주인을 통해 소원을 수리하고
그 소망을 이루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파란 세계의 아르바이트 생들은
치즈 태비인 후타를 비롯해
신입으로 이제 막 파란 세계에 오게된
검은 고양이 나쓰키,
선배 고양이로서 자신이 겪고 느낀
아르바이트의 어려움을 전해주는 스카이와
직접 마음을 배달하는 배달부 일은 하지 않지만
이들이 초록 세계와 파란 세계를 오가며
사람들의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통행증을 검사하고 이동을 도와주는 카오스까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빠져버릴 수 밖에 없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등장한다.
사람의 시선이 아닌
관찰자인 고양이의 시점에서
사람들의 소망에 접근하고
그 마음을 배달하는 과정이
사연 하나 하나마다 감동이었고,
가슴찡한 포인트들도 있었다.
비슷한 류의 사연이 있어서인지
유난히 울컥하는 이야기에서는
'우리가족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일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고
어려움도 있고 실수도 있지만
끝내 자신의 역할을 멋지게 해내는
고양이 아르바이트생들을 절로 응원하게 되었다.
전하지 못한 마음이나 말에 후회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나니 어떤 말이나 진심 같은 것은
꼭 상대방에게 곧이 표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배달 고양이들이
우리를 위해 애써주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지만.
따스한 봄 날씨, 뭉클하는 마음을 가득 느낄 수 있었던
따스했던 힐링 소설이었다.
"이 글은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