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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성취 고객센터
마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2월
평점 :
나만의 한줄평 "소원성취를 위해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아는 것 자체가 이미 소원성취가 아닐까?"
절이나 성당 같은 종교기관에서
빛을 밝히는 촛불이나 향들
혹은 유명한 관광지의 분수대,
나무에 묶여진 수많은 종이 등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소망을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무언가 바라는 일이 있을 때
가지런히 손을 모으거나 마음속으로 외치며
자신의 바람을 되뇌이는 것은
다들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소원을 이루어주는 앱이 있다.
사용요금은 무료!
다양한 바램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간절한 그 순간 만난
이 소원성취앱은 상담을 통해
원하는 바를 분석하고 반영해서
개인맞춤의 형으로 앱의 기능을
만들어 준다고 하는데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이 앱으로 그들의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어떤 소원을 빌고 있을까?
21세기 지니를 떠올리는
소원성취 앱을 운영하는
한소원과 의뢰인의 이야기를 담은
《소원성취 고객센터》는
라디오 작가 출신의 작가인 마론이 썼다.
“라디오 생방송에 쏟아지는 짧은 문자에서
찐득한 소망을 읽었다”는 작가는
사연 속 청취자들을 만나는 경험 속에서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자신의 유일한 한줄기 빛 같은
좋아하는 아이돌의 행복을 바라는 은지,
악플을 읽기가 두려운 웹소설 작가 은보,
가족은 지키지 못했지만 유일한 반려가족인
고양이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춘호,
총무역할을 비롯해 여기저기 친구들의 부탁에
치이고 싶지 않은 돌싱녀 도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동생의 복수를 하고 싶은 다정,
불우했던 어린시절을 뒤로 성공의 정점에 오른 순간
찾아온 암 발병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용대까지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소망도 다르지만 '간절히 바라는 마음' 만큼은
똑같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그들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갔던 사람은
은지와 다정이었는데
자신을 위한 소망이 아닌 타인을 위한 소망이라서
더욱 그 간절함의 정도가 다르게 느껴졌다.
타인을 위해 나의 하나뿐인 소원성취 기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그 '마음'의 깊이가
더욱 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은지가 제로를 위해 준비했던 진한 초코우유,
맞지 않는 신발을 편하게 하기 위해 붙였던 밴드는
누군가 만들어준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준비한 소소한 포인트이지만 제로에게는 행복으로
다가갔다는 점에서 더욱 울림이 커서
인상깊었던 장면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었던 포인트겠다.
우연한 기회에 한소원이 개발한
'소원성취 앱'을 알게된 그들은
소원을 만나 자신의 소망에 대해 상담을 하고
그녀가 설치해준 소원성취 앱을 사용하면서
바라던 소망에 다가가려고 하는데
이들의 소망을 이루어주는 앱을 만든
소원에게도 말하지 못할 아픔이 있다.
선택적 함구로 인해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유일한 친구였던 엄마도 교통사고로 잃은 후
외롭게 살아가던 그녀에게도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던 것!
소망을 가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어루만지다보면 자신에게도
엄마가 그토록 바라던 친구라는 존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바램은 다른 이들의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일로 연결이 되었던 것이다.
'꼭 이루고 싶은 소원 딱 하나만 말한다면?'
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다들 고민을 할 것이다.
영원한 사랑, 엄청난 부, 건강한 신체,
바꾸고 싶은 누군가와의 관계,
혹은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행복을 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소망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무얼 가장 소중히 여기고 원하는지'
나 자신과의 대화,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앱의 도움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은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각자의
노력과 행동을 더했다.
그들은 소망에 대해 생각했고,
자신을 돌아봤으며 결국은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함으로 인해서 자신의 선택한 행복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소원성취 앱'이라는 이름이기는 했지만
앱을 만든 소원과의 상담, 앱이 제공하는
소망실현은 결국은 자신을 돌아보고
움직이게 하는 하나의 촉매제에 불과했던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는 것'
그리고 '나의 마음' 자체가 이미 소원성취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소설 속의 인물들을 통해
다시금 배우게 되었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가져오는 무한한 힘을
잊고 있다가 깨닫게 된 것이다.
사실 소원이 앱을 개발하고 그 앱들이
구동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나
그들이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얘기가
언급이 되지 않아 판타지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라는 설정이 조금 아쉬웠지만
소설 속의 그들, 한소원이라면 그들답게
씩씩하게 헤쳐나가고 서로를 보듬어 주며 어울리는
좋은 친구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할 따름이다.
따스한 봄 날씨처럼 위로와 힐링이 되어주는
따뜻한 소설, 간절한 소망을 가진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작은 판타지 같은 소설이었다.
"이 글은 쌤앤파커스(팩토리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