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넘치는 이야기

스토리우스 탐험대 1~2 세트 - 전2권 ㅣ 스토리우스 탐험대
최수하 지음, 이갑규 그림 / 넥서스주니어 / 2023년 1월

 우주 제일의 과학자이자 이야기꾼인 스토리우스 선생이 이끄는 이야기 탐험대는 티앤에스큐라는 낡고 더러운 자동차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다. 그 모험의 스케일이 얼마나 크고 또 이야기는 얼마나 개성있고 독특한지, 어떤 작가분이 이런 글을 썼을까 궁금함이 생겨서 작가 소개를 다시 읽어봤을 정도다. 우리나라 전래 동화부터 고대 로마의 검투 노예 이야기와 해적이야기, 북유럽 신화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는 모험이 탐험대와 독자들 앞에 펼쳐진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에는,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보거나 들어도 자기 생각을 가지라고 노력하라, 자신에게 한계를 짓지 말라, 외모가 진정한 만남에 정말 중요한 요소인지 생각해보라 등등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주 독자층인 어린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어른에게도 생각해 볼 내용들이 많다. 아니 오히려 어른에게 더 깊이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바보들만 사는 고덤의 현자들과 안자 이야기'가 그렇다. 고덤의 현자들과 안자의 어리석음을 통해 나는, 또 우리는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성급하게 판단하는지 돌아보게 됐다.

​ 스토리우스 탐험대 1,2편을 다 읽고나니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 깊이 있고 열린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책, 그런 책을 쓰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이 진심으로 와닿는다. 나는 이 책이 독특한 재미와 감동, 교훈까지 다 잡은 책이라 말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수학천재의 탄생

수학천재의 탄생 - 초등 전학년을 위한 수학 동화 ㅣ 수학천재의 탄생
조안호 지음 / 폴리버스 / 2023년 1월

수학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고 수학을 제일 싫어하는 오름이와 좀비로 변한 은비(두더지라고 불리는 과학 선생님이 은비를 좀비로 변신시켰다는 설정)가 '개념을 잘 익히면 모든 아이들 누구나 수학천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나가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이 구구단을 외운 모든 초등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좀비라는 캐릭터는 흥미로울 수 있겠다. 괴팍한 과학 선생님이 학생과 설전을 하다가 약을 주사해서 아이를 좀비로 만들었다는게 나는 좀 이해가 안갔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뭔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이야기거리가 될 듯 하다.

은비는 오름이에게 수학을 쉽게 잘 가르쳐준다. 은비와 오름이의 대화를 따라가며 푸는 수학 문제는 읽는 이가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고력 문제인데, 오름이가 수학이 어려운게 아니라는걸 알게 하기 위해 은비는 통나무, 막대, 철사등으로 설명해주고 여러 번의 연습 문제를 풀도록 한다. 학생들에게 수학의 원리를 가르치려는 저자의 의도가 은비와 오름이의 수학 공부 가운데 잘 녹아있었다.

이 책이 마음에 드는 부분은 부모가 같이 읽지 않아도 아이 혼자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동화책이면서도, 그냥 읽지 않고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생각하고 풀어야 하는 수학책이기도 하다. 게다가 큰 활자의 큰 책인점도 마음에 든다.

​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읽고 오름이가 은비에게 수학을 배운 것처럼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단다. 특히 좀비 수학천재 친구한테 배운다면 더더욱 좋겠다고 한다.ㅎㅎ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초등 공부 전략서

스카이 버스 - 명문 대학으로 직행하는 초등 공부 전략서
분당강쌤 지음 / 다산에듀 / 2023년 1월

'명문대학으로 직행하는 초등 공부 전략서'라는 소제목을 읽으면 충분히 혹 할수도 있겠다. 어떤 뾰족한 수가 있나 기대하며 책을 펼칠 수도 있겠다. 다름 아닌 내가 그랬다는거다. 어떤 책을 읽게 해야 하는지, 어떤 공부를 어느 시기에 시켜야 하는지 등등의 고급정보가 촤르륵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러나 책은 너무 담백하게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공부 방법만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새로울게 없다고? 읽어갈수록, '응? 이게 뭐지?' 이런 생각이 들다가 점점 마음이 차분해지다 못해 안도한다.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수능 만점 받은 학생들이 하나같이 하는 그 말, "교과서로 공부했어요"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다양한 독서를 하지말라는 것도 아니고 교과 공부 이상의 공부를 하지 말라는 말도 아니다. 오해해서 읽으면 안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시스템안에서 고득점을 받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다는 목표 아래, 가장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지나친 과잉학습과 선행학습이 낭비이며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얼마나 멍들게 하는지, 제대로 시험을 준비할 수 있게 방향설정을 도와야 하는데 얼마나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이 사실을 놓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독서와 국어를 분리하며 국어는 교과목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 영어는 과목 특성상 어느 정도의 선행이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것,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수학은 '아이의 수준에 맞는 교재와 진도'로 '암기가 아닌 이해'를권한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의 주요 교과목을 '교과서로 충분히'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선행을 안해도, 불필요한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사교육이 필요없다는 말이 아님) 아이는 충분히 잘 해 나갈 수 있다는 나의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다시 열어보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급식 알바 구드래곤

급식 알바 구드래곤 ㅣ 구드래곤 시리즈 2
박현숙 지음, 이경석 그림 / 다산어린이 / 2022년 12월

지난 구드래곤 시리즈 1편을 재밌게 읽은터라 시리즈 2편을 권하지 않아도 책을 받자마자 아이가 먼저 읽었다.

1편에서 용이 되지 못한 구드래곤은 2편에서 학교 급식실 영양사로 등장한다. 여전히 용이 되어 승천하고자 하는 꿈을 간직한채로. 이번에는 아이들의 부정적이고 어두운 마음 10개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정적이고 어두운 마음을 얻기 위해 나쁜 꿈을 꾼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을 많이 만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아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목적이 있어서 아이들을 만나면서도 아이들의 속 마음을 알아차리고 감동받는 구드래곤은 순수하고 착해서 정말 용이 되는걸 도와주고 싶은 캐릭터다. 이런 구드래곤이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자 하는 것에도, 순동이와 송이, 시구와 우성이의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말과 행동들에도, 사건의 중심이 되는 좋은 꿈과 나쁜 꿈에 대한 아이들의 태도들에도 모두 아이들을 향한 박현숙 작가의 관심어린 애정이 녹아 있음을 보게 된다.

스토리만 재밌는게 아니다. 이야기 중간중간 전개되는 만화같은 이 장면들이 재미를 더한다. 글밥이 길어도 아직 초등 저학년인 우리 둘째가 너끈히 읽을 수 있는 이유다. 아이들은 재밌으면 역시 잘 읽는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구드래곤은 또 용이 되지 못한다. 구드래곤이 용 중의 용이 되어 멋있게 승천하는 장면을 바라고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계속 진행되어야 하니 천천히 용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구드래곤에게는 참 미안하지만말이다. 마지막으로 구드래곤이 떨어진 장소는 어딜지,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다음 편을 기대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30년에 걸친 일기장

Sunday Diary for lifetime For 30years
올드스테어즈 편집부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2년 12월

30년. 이 말을 들으면 그저 까마득하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달리 바라보면 난 이미 30년을 넘게 살아왔다. 지금까지의 30년. 그리고 앞으로의 30년. 그냥 흘려보내기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추억하지 못하고 있는 아쉬운 순간들이 많지 않을까. 설령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는 순간이라 할지라도 기억되고, 기록되는 순간부터 그것은 나라고 하는 유일무이한 인생의 일대기이다.

책에서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30년이라는 글자이고, 그 다음은 Sunday diary라는 이름이지만 깊이 생각하게 만든 것은 띠지에 적힌 글이다.

“매일매일 기록하는 다이어리가 지치는 당신에게, 즐거운 기억만 기억하고 싶은 당신에게 제안하는 30년 일기 쓰기 프로젝트”

물론 나도 즐거운 일만 기억하고 싶지만 인생이란 것이 어디 그런 것이던가. 책 안에 제시되어 있는 78개의 Question List를 통해 1주일에 한 번 무엇을 적을지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그 List를 보아도 좋은 것만 기억하자는 의도는 아니다. ‘기억에 남을 만큼 우울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은 언제인가요.’, ‘고마움을 느낀 기억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들은 나의 인생 전체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질문들로 채워져 있다. 경험했던 일, 희노애락과 같은 감정, 생각, 가치관, 꿈 등 부정적인 것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이 모든 것이 결국 나의 인생을 이루고 있음을 Diary의 첫머리에서부터 생각하게 해 준다.

우리의 인생의 어느 한 부분도 버릴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30년 Sunday Diary는 쓰는 사람들의 인생을 더욱 선명하게 조망하게 해 줄 것이다. 한 주, 한 주 채워져 가는 우리 자신의 인생을 보며 그리고 언젠가 5년, 10년, 마침내 30년에 이르러서는 한 마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이게 인생이지.’

ps. 처음 만졌을 때, 두꺼운 양장본 같은 두께에 천으로 감싼 표지 재질은 만질 때마다 기분이 좋다. 다만 이게 5년, 10년을 버틸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저 상상이지만 출판사에서도 출판사 30년 다이어리를 함께 쓰면서 5년이나 10년마다 표지 리폼 해주는 행사를 해준다면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출판사의 입장에서도 의미가 깊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