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없는 과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이클 길렌 지음, 김홍빈 옮김 / 야다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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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과학은 오랫동안 논쟁적인 주제로 여겨져 왔습니다. 특히 창조론과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은 종교인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첨예한 문제입니다. 때로는 과학과 신앙이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이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요? 저자는 이러한 이분법적인 시각에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이 책을 읽으며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추천사에 등장한 다음 문구였습니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친절이 무엇인지, 그리고 과학 시대에 복음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준다." (5쪽)
우리는 진리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몰두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려 하고, 마음과 말이 강퍅해지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 문구를 읽으며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과학과 종교처럼 오랫동안 대립해 온 주제를 두고서도 말입니다.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통해 존중과 친절의 태도를 보여주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저자는 단순히 무신론자였던 과학자가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개인적인 여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학과 기독교 신앙을 함께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한지 질문하며, 그 가능성을 탐구하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믿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믿음은 우주 안팎의 모든 것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관계 맺을지를 결정한다. 그야말로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한 마디로 믿어야 보인다. believing is seeing" (21쪽)
언젠가 무신론 또한 믿음의 또 다른 형태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신의 존재를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을 동일하게 바라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현상을 다르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였습니다.
저자 역시 믿음과 세계관이 단순히 개인의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기에 저자가 자신의 세계관을 어떻게 형성하고 변화시켜 왔는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습니다.
"로렐과 함께 성경을 읽었다고 해서 곧바로 굴복한 것은 아니었다. 바울이 다메섹에서 경험한 것과 같은 회심을 경험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대신, 나는 내가 사랑하는 과학과 기독교 양쪽을 향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결코 쉽지 않은 질문들이었다. 그 질문들은 주로 한 가지 난제에 집중되어 있었다. 즉, 현대 과학에서 사실로 인정되는 내용과 수천 년 된 책에서 이 세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내용을 서로 조화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문제였다." (65쪽)
정직한 질문에서 진리에 대한 탐구가 시작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자 역시 자신이 품었던 질문을 외면하거나 성급하게 결론짓기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과학적 공식과 이론에서 출발했던 탐구가 점차 자연의 현상과 세계,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사건들로 확장됩니다. 그 과정에서 성경을 읽으며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과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연결해 나갑니다.
이러한 저자의 탐구 과정은 과학에 대한 다음 설명과도 맞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과학에서는 어떤 것을 완벽하게 증명하거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것이 과학이다." (101쪽)
우리는 종종 진리를 안다는 것을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진리를 탐구한다는 것은 오히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음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자가 발견한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경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자연과 우주를 바라보며 때로는 인간의 언어로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경이로움을 경험합니다. 누군가는 그 안에서 신의 존재와 임재를 생각하고, 다른 누군가는 자연의 법칙과 우연이 만들어낸 결과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같은 세계를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해석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자신이 발견한 경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경험을 통해 세상을 어떤 태도로 바라보느냐는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과학을 통해 발견한 세계의 경이로움을 신앙과 연결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깊이와 의미를 인식하면서 우주의 물리적이면서 동시에 영적인 웅장함을 인식할 수 있다." (109쪽)
이 문장을 읽으며 처음에 마주했던 추천사의 문구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어쩌면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믿음의 옳음을 증명하는 것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를 발견해 나가는 태도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발견한 진리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있더라도, 그것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의미를 다시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믿음과 과학이 공존할 수 있는지를 묻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 얼마나 정직하게 질문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믿음이 세상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다름을 이해하고 대화하는 것, 자신이 알고 있는 진리에 대해 정직하면서도 온유한 태도로 응답하는 것. 저는 저자의 탐구 과정을 통해 이러한 자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경이란 우리가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세계가 있음을 발견할 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이를 경험할 때, 우리는 자신이 믿는 것을 더욱 깊이 성찰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믿는 바를 온유함으로 답할 준비를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의 존재와 과학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깃든 경이로움을 발견하고 그 경이를 삶의 태도로 이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이 책을 추천하며 글을 마칩니다.


우리는 깊이와 의미를 인식하면서 우주의 물리적이면서 동시에 영적인 웅장함을 인식할 수 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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