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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소 되다 ㅣ 한림아동문학선
핼리 혜성 지음, 사사메야 유키 그림 / 한림출판사 / 2015년 5월
평점 :
책을 다 읽어도 그 바라는 일이 책 속에서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 유이치의 아빠가 한 순간 ‘짠’하는 소리와 함께 이들의 앞에 원래의 모습으로 나타날 거라 틀림없이 믿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어도 그러한 장면이나, 글 한 줄도 없다. 허전하다.
완벽한 이야기의 마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더 생각하게 하는 것들이 많다. 작가는 독자에게 이렇게 많은 숙제를 내어놓고 이야기를 맺었다.
유이치의 아빠는 정말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이들과 그리고 아내와 말이다. 그러나 아무도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하물며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 모두 피하기 바쁘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아빠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빠가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루아침에 소로 변할 만큼.
요즘 인기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아빠를 부탁해”라는 것이 있다. 이 프로그램이 왜 그리 인기 있는지 가만히 살펴보면, 처음에는 아빠와 친해지기를 바라는 딸과 아빠의 사이의이야기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니다. 들여다보면 한없이 약하고, 한없이 가족들만 바라보는 아빠의 마음을 읽고자 하는 내용이다. 늘 원하고 바라고, 기다리는 딸들과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때로는 표현방법조차 서툰 아빠의 모습이다.
이 책에서 읽혀지는 내용과 비슷하다. 가족들은 매일매일 힘들게 일을 하고 들어오는 아빠를 반기기보다는 피하고, 귀찮아하고, 때로는 가슴 아픈 말만 한다. 그러니 소가 되어버리는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동화이지만, 함께 하는 가족들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며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즐거움조차 포기해버리는 아버지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