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직동 보림 창작 그림책
한성옥 그림, 김서정 글 / 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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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때는 오래이다. 그림책은 아기부터 성인, 할머니, 할아버지도 봐도 되는, 아니 봐도 좋은 것이다.

그림책 속에는 보는 것 이상으로 이야기가 많다. 특히 이런 그림책을 보게 될 때는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는 변하는 동네의 모습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기도 하고, 어른들에게는 살았던 곳에 대한 추억, 그리고 재개발 속에 사라져가는 우리의 동네이야기를 담아있다.

예전에는 그냥 번듯하게 지어진 아파트가 편하고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조금 불편해도 골목이 있는 동네가 정겹고 좋다. 골목길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잡초도 보는 것이 좋고, 아무렇게나 늘어져있는 담장의 꽃과 나무를 보는 것도 좋다. 계절에 상관없이 길에 모여앉아 쉬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정겹다. 옷도 편안하게 입고, 머리도 덜 빗어서 헝클어져 있지만 결코 밉지 않다.

이 책속에는 그런 이야기가 아주 많이 담겨있다. 지금은 골목도 많이 없어지고, 동네라는 이름도 많이 사라졌다. 서로에게 어디 사냐고 물었을 때 어느 아파트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만은 않다. 아직도 동네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이 많고, 그림책 속에 보여주고 있는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동네가 많다. 그곳에 가면 길 가에 대충 주저앉아도 된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무엇을 사가냐고 물어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옆집에 장을 보고 오는 것까지 물어도 흠이 되지 않는 곳이 있다.

재개발이 되기를 원하기도 한다. 길도 번듯해지고, 집도 넓고 편안해지고, 주변에 상가도 많이 들어서서 재개발이 좋은 점도 있지만 때로는 모든 것을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하는 아련함도 가지게 한다.

그림책속의 그림은 그림이라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냥 사직동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담아둔 사진첩이라고 하는 것이 더 가까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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