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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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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의 규칙을 거부하고 자신의 원칙을 지키려 외톨이 소수가  이들이 있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당장 인생에서 손해를 보거나 왕따를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옳다고 믿는 삶의 자세를 지켜나가는 이들.

김금희의 두번째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에는 소신을 지켜나가다 사회와 관계 속에서 쓰러지거나 사라져가는 이들을 지켜보는 나약한 소시민을 화자로 내세운 작품들이 앞머리를 차지한다. 표제작인 '너무 한낮의 연애'에서 영업팀장에서 시설관리팀원으로 전락한 주인공 필용이 대학 때 자신이 걷어먹였다고 믿은 양희와의 만남. '조중균의 세계'에 나오는 출판사 교열 담당자로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교열을 보는 조중균씨와 함께 책을 만드는 편집자 영주. 대학 요트 동아리 동기인 세실리아의 인천 작업실을 찾아가는 정은.

이들은 한 때나마 약한 자를 보듬으려하고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려했던 이들이었으나 어느새 직장내 경쟁과 먹고 살기에 지쳐간다. 인간답고자했던 원칙조차 내려놓고 좋은게 좋은 것이라며, 지금 나의 편의, 이익을 최고로 여기는 이들이 됐지만 이들을 비난하기는 힘들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양희, 조중균, 세실리아는 분명한 루저들이다. 어떻게든 정규직으로 버텨야 하고, 서울에서 살고 있어야 실패하지 않은 인생으로 평가받는 사회에서 누가 필용, 영주, 정은을 탓하랴 싶지만 등 뒤편이 서늘한 것은 피할 길이 없다.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지만 '이게 제대로 사는 것인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마저 내려놓을 수는 없기에.

김금희의 소설은 올 여름에 나온 '경애의 마음'을 먼저 읽었다. 경애의 마음의 주인공인 상수와 경애처럼 조직에서 밀려나거나 소외받는 이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따뜻해 전작을 찾아 읽었다. 전작이 실망시키지 않아 첫 작품집인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과 최근작인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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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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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메일쇼비니스트지만 이른 나이에 억세게 운 좋게 노벨 물리학상을 탄 남자. 노벨상의 월계관 덕에 연구도 제대로 하지 않지만 명예와 권력을 모두 누리며 과학계의 중심 인물로 살아가는 마이클 비어드.


그의 가장 약점은 복잡한 여자관계. 4번의 이혼을 겪고 5번째 부인마저 그의 지긋지긋한 바람기를 견디지 못 하고 맞바람을 피운다. 아내의 바람 상대의 우연한 죽음을 계기로 5번째 결혼도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기후변화를 극복할 과학계의 영웅이 될 기회를 잡는다.


주인공 비어드 교수는 어떻게봐도 호감이 가지 않는 캐릭터다. 돈과 관련된 것 외에는 절제할 줄 모르며 책임감도 없지만 뛰어난 머리와 임기응변으로 사회적 성공을 이어가는 엘리트 지식인임에도 그는 철저하게 이기적이다.


메큐언의 전작 '암스테르담'의 주인공들처럼 유명세에 반비례하는 도덕성을 지닌다. 그가 남의 연구를 훔쳐 획득한 특허를 기반으로 지구 온난화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펀딩을 받고 로비를 하는 장면에선 황우석이 연상되기도 한다.


60년간 그는 뛰어난 머리로 과도한 성욕, 식욕을 억누르지 못 해 빚어진 혼란을 수습하며 살아 왔지만 인생 최고의 정점이라 여겨온 지구온난화 극복 프로젝트를 시연할 이벤트를 앞두고 비즈니스, 학계의 명성, 애정관계 등 모든 것이 무너질 위기에 닥친다.


학자들과 언론이 근거도 별로 없이 일방적으로 조리돌리다가 일순간 관심을 거둬가는 2장의 에피소드들은 낯익으면서도 그만큼 아픈 현실을 폭로한다.


주인공이 비호감이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소설책 띠지 광고에 월스트리트저널 인용이 나온 건 처음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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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6
정이현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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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중견의 반열로 들어가게 된 정이현 작가. 평온해 보이는 중산층의 일상 이면에 자리잡은 불안감, 위선, 희망 없는 허무함 등을 문장으로 끄집어내온 그녀의 새 소설. 작은 판형에 150페이지 남짓한 분량이라 장편보다는 중편소설이 맞다.

재건축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1기 신도시에서 약사로 살아가는 세영과 사춘기의 까탈함도 없이 묵묵히 공부에 열중하는 중2인 딸 도우, 동해안의 낡은 호텔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뒤 대학강사를 접고 호텔 경영에 뛰어든 남편 무원.


40대 중반의 세영은 생일날 아침 자살을 꿈꾸며 잠자리에서 누워 있을 정도로 삶에 애착이 없다.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훼손된 남편과의 관계를 되살릴 수 있다는 헛된 희망도 없으며 한 달에 한두번 밖에 집에 들리지 않고 용건만 간단히 나누는 남편에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는다.

동갑인 남편 무원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았지만 낡아빠져버린 더이상 사업이 잘 될 가망이 없는 호텔에 머문다. 가족이나 학계에서 관계맺은 이들과 단절된 혼자만의 외로운 생활을 자청해 현실에서는 고립됐지만 인터넷 카페에서는 아내의 직업을 사칭해 여약사처럼 활발하게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단다. 그러다 자신을 스토킹하던 카페회원에게 신분이 발각되자 전전긍긍하며 혼란에 빠진다.


딸 도우의 학부모위원회 부위원장인 세영은 도우의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던 2명의 가해자와 1명의 피해자가 연루된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는 위원회를 핑계를 대고 끝내 참석하지 않는다. 오래된 동네에서 가해자 부모를 다 알고 지내는 처지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 않고 싶었지만 그녀가 불참한 그날 회의에서는 1표 차이로 가해학생들에게 관대한 처분이 내려진다. 피해 학생은 그 뒤 등교를 거부하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만다.


아이의 조문을 두고도 갖은 핑계를 대고 참석하지 않는 학부모 대표들. 그러나 세영의 딸 도우는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중학생 남자애 답지 않게 친구를 배려할 줄 알았던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고 엄마의 반대에도 조문을 간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아이들에게 안정성과 높은 수입을 보장하는 직업만이 최고임을 강조하고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것이 아닌 나만 피해보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얄팍한 처세술만을 가르쳐왔다. 왜 학교에서 친구를 왕따시키면 안 되는지가 아닌 왕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절대 손해를 볼 수 없다는 그런 마음가짐이 난민에 대해,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들에게,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여자들에게, 종교와 신념에 따라 총을 들기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성폭력의 희생자들처럼 약자들에게 무차별적인 비난과 혐오를 가하고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시키는 마음의 토대로 작용하고 있다. 약자를 혐오하면서도 부끄러움이나 아무런 자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그런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주장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한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나 아이 학교폭력 사건에서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고 회피하려고만 했던 세영이지만 자살한 학생의 보호자가 했다고 전해들은 "학교 것들 다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 소문에 지레 놀라 장례식장에 딸을 찾으러 급하게 찾는다. 알지도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딸의 안전을 기원하던 그녀는 조문도 하지 않고 아이에게 집에 가자고만 소리친다. 나는 과연 편협한 자기가족 중심주의에서 자유로운가를 되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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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줄도 모르고 엄마가 됐다
임아영 지음 / 생각의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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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줄도 모르고 엄마가 됐다' -임아영

경향신문 임아영기자가 자신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 가부장적 문화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엄마들과 연대해온 이야기를 담았다.

임 기자는 1. 친정엄마의 지원 2. 집안 일 잘 거들며 이해심 많은 남편 3. 일하는 며느리를 인정해주는 시부모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임신, 출산, 돌봄, 집안살림, 직장생활 등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이야기를 자신의 사례를 중심으로 뜨겁게 소리친다. 육아휴직은 노는 것으로 치부하는 동료들, 같이 일하며 애를 키우는데도 동료인 남편보다 여성인 아내가 더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 출산과 육아의 실제적인 어려움과 이에 대한 대처법을 가르치지 않는 사회,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비합리적인 문제 등을 고발한다.

저자는 가사노동을 단순 집에서 노는 일로 치부하는 문화와 차별을 직시하다 친정엄마의 고통을 공감하고 평생 일과 직장에 매여 자식들과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 아버지의 장시간 노동 현실을 되짚어본다.

이 책은 한국의 장시간 노동문화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독박육아, 할마육아를 극복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특히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가지며 첫째 어린이집 엄마들과 어울리면서 워킹맘과 전업맘 그리고 경단녀가 사실은 동일한 환경에서 개인적인 조건의 차이로 변하게 되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단순한 현실 고발을 넘어 우리 사회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하는 엄마들'에 가입해 법 제도 개선을 위해 싸워온 이야기도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아이를 5살때부터 공동육아에 보내면서 '아이를 키우려면 온마을이 나서야한다'는 걸 실제로 경험해왔지만 지난 세월동안 저출생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아들 둘을 키우며 씩씩하게 성장하며 공감과 연대의 지평을 넓혀가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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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Omer Z. 리반엘리 지음, 고영범 옮김 / 가쎄(GASSE)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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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IS가 인종학살에 나선 시리아와 접경지역인 터키의 마르단. 수도 이스탄불과는 전혀 다른 종교와 미신이 여전히 지배하는 이 곳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지리, 역사, 종교적 배경이 낯설어 책 읽기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했지만, 편도 40~50분의 출퇴근 버스에서만 읽었는데도 이틀만에 읽었다. 거의 단숨에 읽어버린 셈이다.

어릴 적에 고향을 떠나 이스탄불에서 기자로 살아가는 이브라힘은 고향 친구인 후세인이 미국 플로리다의 잭슨빌에서 칼로 난자당해 살해된 뒤 고향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른다는 뉴스를 접한 뒤 십수년만에 고향을 찾는다. 그가 찾은 고향은 종교적 관용이 사라지고 무슬림, ISIS, 유대인, 아시리아인, 조로아스터교, 파시교도, 에지디들이 섞여 살지만 서로를 증오하고 경계하느라 밤에는 쉽게 나다니기도 어려운 곳이 되어 있다.

의대를 다니던 후세인은 이 중에서도 가장 멸시받고 악마를 숭배한다고 오해받는 에지디인(심지어 이들은 현지에서도 '야지디'라고 엉터리 발음으로 불린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에지디 여성으로 국내에서도 야지디로 표기된다. ) 여성 멜렉나즈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ISIS의 성노예로 살다 탈출해 수용소에 들어왔지만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눈 먼 아이를 기르고 있다.

이 소설은 이브라힘이 의대생으로 지역의 유력자의 딸과 약혼 상태에 있던 후세인이 도대체 왜 이 여자에게 빠져 파혼하고 결국 집에서도 쫓겨나고 무슬림에게 총상을 입었다 미국의 형들에게 도피했다 결국 그곳에서 인종혐오자들에게 살해당하는지를 취재하고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다룬다.

이교도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도륙하고 강간하고 담배 한 갑에 팔아버리는 ISIS에게서 삶에 대한 어떤 희망도 잃어버린 그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던 후세인. 그는 값싼 동정인 아닌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되고 직업, 가족, 결혼 등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지키려 하나 두번이나 혐오범죄를 겪고 결국 지구 반대편에서 사망하게 된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한 편에서는 증오와 혐오, 미신과 불신이 초래한 무시무시한 폭력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짧은 뉴스로만 다룰 뿐 핍박받는 이들을 돕기는 커녕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같은 터키 땅이지만 도시에 사는 이들도 폭탄 테러를 경계할 뿐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는다.

에지디인 소녀가 8살부터 성노예로 살아가다 구출돼 산을 넘어 터키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계곡에 몸은 던져 자살하면서 남긴 말 "나도 한 때는 사람이었어, 언니"라고 말하는 대목을 읽다 통근버스에서 결국 눈물을 줄줄 흘리고 말았다.

번역하신 고영범 선생은 영역본을 중역한 것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60여개가 넘는 후주와 깔끔한 번역으로 이 미지의 땅과 사람들을 한국인들에게도 소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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