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사람들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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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의 '이름 없는 사람들'은 단숨에 읽힌다. 한 번의 실패도 용인하지 않는 무자비한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가 숨가쁘게 전개된다.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이 무자비한 지옥도 너머에서 어떻게 헤어날 것인지에 대한 작가의 꿈에 박수를 보내내게 된다. 그 꿈에 지금 당장 내가 동참할 수 있을지는 자신 없을지라도.

 

소설에서 주인공 진우에게 갖은 악행을 강요하는 재는 "이 숫자(빚)가 '0'이 되는 날에 너는 자유로워질거야"고 유혹한다. 13살부터 진우는 재의 지시를 무조건 따라 살인, 불법감시, 미행 등을 일삼는다. 진우는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아 남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다가도 뜻하지 않게 실업, 사기, 사고, 질병 등으로 인해 밀려난 이들을 처리하고 재에게 보험금을 타게 해주는 청부업자다. 그러나 진우 역시 자신의 실수와 무관한 상황에 엮인 단 한 번의 미션 실패로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그는 5년전 대형 화학사고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B구역에서 재가 부여한 극한 임무를 수행하다 자신도 그가 숱하게 처리했던 낙오자들과 같은 운명에 처해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설의 말미에서 예상치 못하게 그가 찾게 되는 진실과 깨달음에서 작가 박영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애정과 고민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다.

 

밀려나지 않기 원치 않는 일을 하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살아가는 나 역시 주인공 진우의 삶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나는 어떤 존재로 주변에 기억될지를 고민하게 하는 소설이다.

어두운 골목 저편에서 자전거가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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