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임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낮은 자리에서 자기나름의 최선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소개된다. 무엇이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에 바탕하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하는 압박 앞에 나아가길 주저하는 정직함이 돋보인다. 대수가 불법체류자로 힘겹게 삶을 이어간 썸낭을 행적을 찾고 마음 아파한 이야기, 100세가 아니지만 장수한 어르신으로 주목받은 노인의 헝클어진 과거사, 육지가 섬이 되고 자산이 점점 줄어드는 속에서도 물질에 매여 철옹성을 쌓는 인간세태 등에서 평범한 인간이 가지는 혼란과 상실을 소설은 직시하고 묘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