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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의 배신 - 우리는 왜 청결해야 하는가
제임스 햄블린 지음, 이현숙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제목을 봤을 때, 책 소개 내용을 봤을 때. 그동안 언론매체로 많이 언급해왔던 계면활성제에 대한 이야기 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얘기는 없다. 제목에 약간(?)은 속았다는 느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시작부터 이렇게 훅 들어오는 특정회사의 상품들을 언급함에 당황했고, 기대했던 세제의 숨겨진 얼굴은 하나도 만나지 못해서 또 당황했다. 이야기에 빠져들어 있다가도 문득문득 "그래서? 거품이 배신하는 내용은 도대체 언제쯤 등장하는거지? 과연 나오기는 할까?"라는 생각을 해야만 했다. 만약, 이것이 소설이었다면 나는 최하점을 줬을거다. 내용과의 연결점이라곤 찾을 수 없는 너무 뜬금없는 제목이었으니까.
앞서 얘기했듯 특정회사의 화장품들을 너무나 상세(?)하게 소개하는 느낌이라 "이게 뭐지?" 싶기는 했다. 어느 만큼의 분량을 지나야 [거품=청결]이라는 공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는지 기다려가며 읽느라 초반엔 지루하기도 했다. 설마 이 책을 쓴 목적이 화장품 회사와 비누회사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들의 성공신화를 알리는 목적으로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중반에 접어들어도 기다리는 내용이 나오지 않자 살짝 짜증이 나면서 "그래, 지금까지 우리가 집착해왔던 [거품=청결]에 대한 선입견을 제대로 깨주는 내용이 언제 등장하는지 두고보자."라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결말을 먼저 말하자면, 제목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품이 우리를 배신하는 내용]은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등장은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건 배신까지는 아니다. -누군가는 그게 배신이 아니면 뭐냐고 우길수도 있겠지만- 그냥 묻지 않으니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좋은 점만 말하고 나쁜 점은 굳이 내보이고 싶지 않았다는 변명에 가까운 이야기랄까? (이것이 소설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책은 오로지, 사람들이 왜 비누를 쓰게 되고 화장품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비누와 화장품 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파고들었는지, 어떻게 지금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에만 점철되어 있다.
생활환경과 질병 사이의 연관성을 가설을 시작으로, "세균원인설"을 증명해내고, 감염병의 퇴치 및 예방을 위한 [위생혁명]이 도시계획에서 필수항목이 되면서 비누 시장은 성장을 시작한다. 시작은 청결이었지만, 점차 아름다움으로, 피부건강으로 영역을 확장시켜 어마어마한 종류의 비누,샴푸, 소독제, 화장품, 의약품의 천국에 이르게 된다.
이 책이 이렇게 장황하게 굳이 거론해야 되나 싶은 비누회사, 화장품회사의 성장이야기를 거론해가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뭘까? 라는 의문이 들 때 쯤에서야 저자는 은근하게 속내를 내비친다. "비누와 화장품이 정말 우리의 피부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을 해 봐야 되는게 아니냐고 말이다.
나 역시 샴푸와 린스는 포기하지 못했지만, 외출일정이 없으면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는 중이다. 특정 제품을 써야 되는 건 아니지만, 샴푸를 할 때마다 걱정스러울만큼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 걱정되기에 매일 빗질은 해도 머리감는 건 최대한 하지 않을 수 있으면 안 하려고 한다. -근데, 진짜 이젠 3일간은 머리 안 감아도 별로 티가 안 남.- 코로나 창궐 이후 시도때도 없이 사용하던 비누도, 이젠 외출을 하고 돌아왔다거나 손에 기름이 묻거나 냄새가 밴 것이 아니면 굳이 사용하지 않고 그냥 물로만 씻고, 땀을 많이 흘리니 매일 샤워를 하지 않으면 가렵고 찝찝하니 안 할 수는 없지만 바디워시는 사용하지 않는다. 꼭 필요하다 싶으면 목욕용 비누를 가끔 사용하긴 하지만. 화장품은 겨울철이 아니면 스킨,로션 이외에는 바르지 않는다. (많이 줄이고 줄였으나 이 두 개까지는 결코 놓을 수 없었다는...)
얼굴과 손, 몸에 사용하는 것들을 대폭 줄인 이후 피부건강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의 내용 -저자가 하고 싶어했던 말-이 내 경우에 있어서는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부분이었고, 다른 물품들 역시 사용하지 않음(혹은 사용을 줄임)으로 해서 지킬 수 있는 내 몸과 지구 환경에 대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나름 괜찮은 시간이었다.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