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애타게 부르짖던 좋은 학술서란, 특히 과학을 다룬 도서에서, 바로 이런 종류가 아니었을까. 글이 난삽하여 지적 호기심을 조금 채워보기도 전에 진을 다 빼는 그런 책 말고 어려운 용어도 그 순간에는, 비전공자라도 이해할 수 있게 교정에 힘을 기울인 책. 자신이 일군 연구 성과를 은근하게 뽐내고자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대신 독자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여러 사례를 재미있게 제시한 책. 저자가 다음에 낼 책을 기다리게 하는 책. 결론은 이 책이 생물학에 문외한인 나에게 아주 친절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또다시 안 읽고 배길 자신이 없다. 돌연변이가 생물학, 그 가운데 유전학과 발생학에서 아주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점이 감명적이었다. 돌연변이란 쉽게 말해 원본과 달라지는 것을 말하는데, 보통과 ‘다름’이 생명현상 연구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셈이다. 돌연변이의 빈도는 비록 낮을지라도, ‘낮음’과 ‘다름’ 덕에 돌연변이는 오히려 귀하신 몸이 되었다. 셀 수 없이 많은 개체들이 복제를 거듭하는 와중에 아주 드물게 드러난 실수 하나로 돌연변이는 태어난다. 매우 낮은 확률로 일어나는 그것이 외려 진화의 동력이 된다는 점은 내게 시사하는 바가 상당했다.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생물학자들은 되레 다름을 호기심과 끈기를 지닌 채 바라보며 인간을 위해 공헌하고 있다는 점이 기존에 생물학에 갖고 있던 좁쌀만한 관심을 비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생물학이 이렇게나 재미있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