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일기 - 시간 죽이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2
송승언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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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오늘 얼마만큼의 시간을 죽였던가.

구글에 '시간 죽이기'라고 검색하면 wasting time 즉, 시간 허비라는 말로 그 의미를 대변한다. 하지만 '죽이다'라는 말 속에는 마음이나 의식 속에 남아 있지 않도록 잊다라는 의미도 녹아 있다는 사실. 결국 '시간 죽이기'란 시간을 잊고, 나를 잊는 무아경에 이른다는 의미를 내포하는지도 모르겠다.

2. 나는 무언가의 오덕후이자 마니아이고 싶었다.

어느 분야에든 열정과 흥미를 지닌 이들은 주변에 강렬한 열기를 내비치는 듯하다. 이따금 남이 보기에 무용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향한 그들의 크고 작은 노력과 집착은 이내 무용한 것을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바꾸곤 한다. 그리고 내 마음에까지 불씨를 지핀다. 자신이 빠져 있는 그것에 새로이 의미를 더하여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실로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샤먼킹을 보고 죽음의 핵심을 속속들이 짚거나 투르 드 프랑스를 즐겨보며 도핑 문제를 논하는 저자에게 흠뻑 빠졌다고나 할까. 아아,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시간을 죽이고, 누군가를 위한 덕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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